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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실 '위험수위'

입력
2001.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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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문의 자금경색 조짐에 이어 가계부문의 신용대란 조짐이 엄습하고 있다.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업대출을 앞질렀고, 금융거래 제약을 받는 개인 신용불량자는 255만명(인구18명당 1명)으로 사상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신용대란이 자금조달의 어려움 때문이라면, 가계의 신용대란 조짐은 대출 과잉이 초래한 것. 금융감독원은 최근 내부보고서에서“은행권 등의 가계대출이 우리 경제가 소화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가계여신의 부실화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기관의 브레이크 없는 대출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장기침체로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자칫 ‘일본식 소비위축’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브레이크 없는 대출경쟁

금감원에 따르면 1999년 말 이후 2년여동안 금융권 가계대출(신용카드 포함)은 은행 60조원 등 총 100조원이 늘어났다.4인기준 한 가구당 900만원씩의 대출을 받은 셈이다.

이 결과 은행권 총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40.9%)이 미국 수준(42.6%)에 육박하는 등 포화상태에 달했지만,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대출세일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휴대폰을 소지했거나,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있는 사람, 공과금 납부실적이 있는 사람 등에게는 정식여신심사 없이 간이심사만으로 급전 대출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장기침체로 소득증가율이 둔화하면서 부채상환능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8월 말3.40%에 육박, 환란이후 처음으로 기업대출 연체율(2.97%)을 앞질렀다. 개인 신용불량자수도 9월 말 255만명으로 97년 말(144만명)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 가계부실과 경기침체의 악순환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그 규모가 너무 과도하고 소비진작에 별 효과도 없다는 것.

일본의 경우 80년대 초호황속에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개인파산건수는 90년까지 1만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작년 14만명까지 늘어났다. 거품붕괴ㆍ경기침체로 부채가 누적된 가계가 급격히 부실화하고,가계부실이 다시 금융기관 부실화와 극도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10년 장기불황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 금융당국도 딜레마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도 높고, 위험도 낮은 가계대출로 몰리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다는 데 금융당국의고민이 있다.

대출경쟁의 격화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작년 초 10%대에서 올 8월 8.0%로 하락했지만, 가계대출 예대마진(대출금리와수신금리 차)은 3.39%로 기업대출(2.68%)보다 여전히 높다.

대규모 가계파산이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은행들도 신용카드 사업 등 가계대출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금감원도 최근각 은행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있는지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정수준의 충당금 적립 여부 등을 지도하는 것외에는 금융당국이 특별히 할일은 없다”며 “그러나 은행권이 지금처럼 충분한 여신심사 없이 가계대출 경쟁을 하는 것은 폭탄을 안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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