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년 학생들의 대입수능시험이 있던 날, 우리 사회는 마치 열 아홉 살 먹은 아이들이 인생의 사활이 걸린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날인 것처럼 언론과 함께 야단법석을 떨었다.공교롭게도 이날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맨 처음 맛보게 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나는 고3이 아닌것 같다"는 한 어느 실업계 고교생의 말처럼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이들 중 3분의 1은 이 사회의 따뜻한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충남 당진군 인문ㆍ실업계 고등학교의 2002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이 중학교 졸업예정자 수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뜩이나 정원 미달사태를 우려하는 지역 내 실업계 고교들은 학생유치에 초비상이 걸려 있다.
50년간 지역 인재를 양성해왔지만 지난해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의 30%도 채우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던 합덕농공업고등학교의 신구현 교감은 "올 연말까지 교명에서 '농'자를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달부터 군내 중학교를 돌며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모집정원 165명 중 100명이라도 유치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지역 내 유일한 상업계 고등학교인 당진정보고는 정원 미달사태에 대한 우려는 적지만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신입생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진정보고 김동수 교무부장은 "매년 지원 학생들의 성적이 낮아지고 있다"며 "IMF 이후에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전문대 졸업생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고 지원을 위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업계 교사들이 학생유치에 진땀을 쏟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 학교, 사회 전체가 참여, 정책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학벌만능주의 풍조를 바꾸어야 한다.
둘째, 실업계 직업교육에 대한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셋째, 일부 인문계 학교에만 치중해온 교육 재정을 실업계 고교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실업계 교육의 부실은 대학 입시열풍을 촉발시켜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가로막을 것이다.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교사들이 공교육의 파행을 걱정하며 누구에게나 "교육받을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최종길 당진시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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