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반군 북부 동맹의 수도 카불점령을 전하는 보도 사진에는 환호하는 반군과 카불 시민의 모습만 보인다.북부 동맹을 지원한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외부 세력도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주도한 전쟁의 성과에 내심 만족하고 있다.
국제 사회 또한 테러 척결을 위한 전쟁이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이룬데 안도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의 대규모 공습 5주일만에 거둔 군사적 결실이 전쟁에 시달린 아프간인들에게 평화와 복지를 안겨 줄지는 불확실하다.
전쟁 명분인 테러리즘 척결에 기여할지는 한층 의문이다.
미국과 외세는 이런 회의적 시각에 현상 호도적인 선전 캠페인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성실한 평화 구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게 개입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미국과 북부 동맹의 군사적 성공은 언뜻 탈레반 압제에서 아프간 인들을 해방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불과 5주전까지 탈레반은 아프간 국토의 90%를 실효적으로 지배한 다수민족 세력이고, 북부 동맹은 변방에 웅크렸던 소수 민족 세력의 이질적 연합체에 불과하다.
특히 북부동맹은 1990년대 초 내전 때 카불을 비롯한 점령지에서 수만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어 카불 시민의 환호는 피상적이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북부 동맹이 미국의 초토화 공습과 러시아의 탱크 장갑차 등 중화기 및 운용 병력 지원에 힘입어 전략 요충을 장악한 것은 탈레반을 위축시킨 긍정적 측면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사실상 끝 나가던 내전이 다시 팽팽한 대결로 불붙어 이미 피폐한 나라가 아예 결단 날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될 경우 테러리즘 척결이란 모호한 목적을 위해 2,600만 아프간 인의 고통과 희생을 제물 삼았다는 역사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외부 세력은 빈 라덴 제거와 탈레반 와해를 표방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한편 온건한 새 정부 구성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할 자세다.
그러나 세 가지 과제 모두 쉽지 않을 뿐아니라, 미국과 주변국의 이해가 저마다 엇갈린다.
평화유지군 파견 등 유엔 주도하의 전후 관리가 거론되지만, 지역과 부족 단위로 갈라진 아프간인들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는 평화 체제 구축은 멀고 험할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아프간 전쟁은 석유를 둘러싼 21세기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쟁의 참상과 피해를 걱정하는 국제 사회의 양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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