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낯익은 바리톤의 중저음이 가슴을 울린다. 버클리에서 잠시 귀국한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오케스트라의 안정된 음율이 뒷받침된 전형적인 ‘김동률표’ 발라드다.
가사와 멜로디의 기승전결이 정확히 맞아떨어져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라면 도저히 그냥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흔든다.
‘마치 어제 만난것처럼/ 잘 있었냔 인사가 무색할 만큼…’ 재회의 서먹함을 잔잔히 읊조리다 아쉬운 이별을 회상하며 망설인다.
‘그땐 우린 너무 어렸었다며/ 지난 얘기들로 웃음짓다가…’ 차오르는 격정을 고음으로 뱉는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기다려 왔다고’
그윽한 음악이 그리운 계절, 김동률의 애틋한 미성이 쌀쌀한 날씨를 타고 유례없이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귀향’(歸鄕)이라는 3집의 이 타이틀곡만 들으면 그가 2집의 실험성을 버리고 대중성으로 회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김동률은 “대중성이 뭔지 모른다. 마치 존재는 있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신(神) 같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타이틀로 정하고 쓴 것도, 특유의 도회적인 애상을 주조로 한 ‘전람회 스타일’을 의식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일기를 쓰듯, 자연스럽게 감정을 풀어놓은 것 뿐이다. “가장 편하게, 힘을 빼고 썼죠. 그래서 제 캐릭터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가 난처해 하며 애써 꼽는 이 곡의 인기 요인이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하는 간곡한 부탁.
“음반을 다 들어봐 달라.” 그 말을 결코 지나칠 수 없을 만큼 3집에는 타이틀 곡의 호소력을 넘어서는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시도로 가득하다.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는 그 압권이다.
전작에서 엿보였던 국악에 대한 관심이 퓨전재즈, 삼바 리듬과 멋지게 버무려졌다. 경쾌하면서 그루브(groove)한 운율에 ‘긱스’ 강호정의 참여로 장구, 꽹과리 같은 타악기 리듬이 자연스럽고 풍성하다.
적막하고 우울한 기타선율의 ‘낙엽’, 장엄한 분위기의 ‘레퀴엠’ 등 곳곳에서 미국의 최신 유행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소스를 녹여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4분 내에 사람을 뭉클하게 만들 수 있는 단선율을 뽑아내는 특유의 장기를 다채롭게 발휘했다.
그는 말한다. “공부 삼아 접한 난해한 음악을 애써 들려주고 싶지는 않다.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내 방식대로 보여주겠다.”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가요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의 하나로 김동률을 꼽는 데주저하지 않았다.
짙은 감성적 호소력과 실험정신을 그처럼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3집 ‘귀향’은 이런 기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마니아와 대중을 고루 만족시킬 만한 수작(秀作)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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