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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강준만, 문학, 문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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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강준만, 문학, 문학사회학

입력
200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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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하나의 사회 제도인 이상, 그것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따져보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살았던 스탈 부인의 저작들에서 시동을 건 이런 작업은 뒷날 문학사회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문학사회학은 문학이 어떻게 생산돼서 어떻게 유통되며 어떻게 소비되는가에 눈길을 건넨다.

이 분과는 19세기 이후 이폴리트 텐과 플레하노프에서 루카치, 바흐친, 프랑크푸르트 학파, 콘스탄츠 학파, 골드만을 거쳐 로베르 에스카르피와 피에르 부르디외에 이르는 서로 다른 관점의 문예이론가들과 사회학자들의 손을 거쳐 구축돼 왔다.

한국에서도 일제시대의 좌파 비평가들에서부터 지난 1979년 '문학사회학을 위하여'라는 책을 낸 김치수 교수 그리고 일찍부터 제도로서의 문학에 관심을 표해온 오생근 교수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사회적 맥락에 눈길을 준 문학이론가들이 있었다.

지금 여기서, 문학사회학이라고 부를 만한 작업을 가장 열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사람은 언론학자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일 것이다.

강교수는 지난해에 '무덤 속의 한국문학'이라는 책을 공저로 낸 데 이어 최근에 '이문열과 김용옥' '인물과 사상 20: 한국문학의 위선과 기만'을 잇따라 내놓았고, 곧 '문학권력'이라는 책을 상재하리라고 한다.

모두 다 기존의 문학장(文學場)을 작동시키는 역학을 모질게 비판하고 있는 논쟁적 텍스트들이다

강교수의 문제 제기에 대한 문단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더러 나오는 반응도 '문학 문외한'의 문학 간섭에 대한 냉소나 백안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강교수는 어떤 특정한 이념에 터잡은 문학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장 안에서 힘이 형성되고 보전되고 행사되는 방식에 관심을 쏟을 뿐이다.

문학사회학을 거칠게 작가의 사회학과 텍스트의 사회학과 독자의 사회학으로 나눌 수 있다면, 강교수의 시선이 닿는 분야는 주로 작가의 사회학이다.

그것은 사회과학자로서, 특히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몸가짐에 지속적 관심을 보여온 비판적 사회과학자로서 충분히 건드릴 만한 영역이다.

기실, 작가의 사회학은 강교수 자신이 1990년대 후반부터 수행해온 인물비평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게다가 강교수가 자신의 텍스트로 끌어들이는 것은 문인들의 정치적ㆍ사회적 발언들이지 순문학적 발언들이 아니다.

강교수가 지적했듯, 문인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모든 일에 대해 비판할 권리를 지녔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는 흔연히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다.

강교수가 문화특권주의라고 부른 현상이다. 일전에 소설가 이문열씨와 민주당 추미애 의원 사이에 설전이 오갔을 때 이문열씨가 보인 고압적 태도도 그런 문화특권주의의 한 자락일 것이다.

그런데 그 때 추의원이 비판한 것은 이씨의 문학적 발언들이 아니라 정치적 발언들이었다.

강교수의 작업이 엉뚱한 일이 아니라는 논거는 또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문인들을 포함한 지식인들이 가장 맞서기 힘든 대상은 매스미디어다.

지식인들에게 매스미디어는 정치권력보다 더 힘세다. 부르주아지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이래 문인들이 자신들을 후원하는 '파트롱'을 잃어버림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잃은 대신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것이 많은 문학사회학자들의 견해이지만, 사실 파트롱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통적 파트롱이 매스미디어라는 새로운 이름의 파트롱과 임무를 교대했을 뿐이다.

전근대적 작가가 귀족이나 군주라는 파트롱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듯, 현대의 작가도 매스미디어라는 파트롱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매스미디어와 문학의 관련 양상을 따져보는 것은 현대의 문학사회학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것은 비판적 언론학자로서 강교수에게 맡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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