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의 카불 입성 이틀째인 14일 중심가는 전날의 긴장에서 벗어나서서히 평온을 찾는 모습이다.미군 공습 이후 등화관제로 암흑 같던 밤 거리에는 ‘야경’이돌아 왔고 시장은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다시 붐볐다.
6년여 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이름으로 카불을 장악한현 북부동맹 세력과 파슈툰 계열의 유혈 투쟁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현 상황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라고 AP와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에 들을 수 없던 음악이 거리에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믿음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탈레반이 금지했던 음악은 ‘라디오아프가니탄’ 방송에서 11년 전 내전을 피해 망명한 아프간 인기 가수 하라드 다리야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물꼬가 터졌다. 대형 확성기를 단 버스를 광장에 세워 두고 노래에맞춰 춤추는 젊은이도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통행이 금지됐던 대통령궁 앞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쳤다.식량 사정도 생각만큼 급박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시장에는 대부분 이란에서 건너온 육류와 과일 등이 쌓여 손님을 맞고 있다. 심지어 밀수로들어온 코카콜라도 눈에 띄었다. 외환시장도 카불의 새 주인을 반기듯 이날 아프가니화는 달러에 비해 2배나 절상됐다.
최대 2,000명에 이르는 북부 동맹의 치안 유지대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있다. 검은 제복의 치안 유지 병력은 대통령궁과 카불 국제공항, 대사관 등 주요 시설을 접수했으며 검문 검색과 거리 순찰을 시작했다.
전날 일부시민의 약탈 행위가 목격됐던 파키스탄 대사관에는 무장 병력이 경비를 서고 있다. 테러 사태 이후 불타버린 미국 대사관에도 경계병이 세워졌다.
북부동맹은“북부동맹은 시민의 안전을 도울 것이며 언어나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쓴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레반과 함께 싸우다가 미처 퇴각하지 못한 파키스탄인 등 20명의 아랍계용병들이 사살된 후 시체가 훼손되기도 했다. 일부 젊은이들이 경찰을 자처하며 범죄자들을 을 공개 처벌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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