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가 여덟번째 음반 ‘오디세이’를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해마다 신보를 내놓았던 것에 비하면 긴 시간이다.
“솔직히 많이 지쳐 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아무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나 자신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빠듯한 일정, 대중들의 기대, 자기 규정 등 스스로를 얽매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긴머리도 그래서 잘랐다.
그렇다고 여행 같은 일상에서의 탈출은 없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음악만 만들었다”고 했다. 어떤 노래들을 만들어야겠다거나 이런저런 식으로 음반을 구성해야겠다는 생각도 일체 하지 않았다.
“그저 이제까지 내가 듣고 영향 받은 음악을 토대로 새 노래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오디세이’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곤란한 음반이다. 하드 코어 록, 사이키델릭 시절의 비틀스 스타일, 70년대 복고풍 사운드, 재즈등 다양한 노래들이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사이 사이로 클래식한 현악기와 부드러운 피아노, 드렁큰 타이거의 랩, 격한 기타 연주 등 이질적인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장을 넘길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이 나타나는 화첩을 보는 듯한 느낌.
무언가 빠진 듯해 꼼꼼하게 들어보니 전까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록 발라드가 없다.
타이틀 곡인 ‘절대 사랑’은 발라드이긴 하지만 기승전결을 뚜렷하게 잡아낼 수 없고, 내지르는 듯 부르는 김종서 스타일도 없다.
오히려 현악기중심의 연주가 보컬보다 더 앞으로 나와있는 듯하다.
그의 말을 빌면 “꽝! 하는 부분이 없는 노래”다. “록 발라드도 만들기는 했지만 전체 음반과 어울리지 않아 뺐다. 나 자신도 그런 노래에 식상함을 느낀다”고 했다.
더 이상은 타이틀 곡 한 두개로 음반을 평가 받고 싶지 않다는 뜻. 확실히 완성도에 있어서 만큼은 그의 음반 중 최고다.
하지만 다양함 이면에는 공통점이 자리하고 있다.
김종서는 그것을 “퓨전”이라고 설명했다. “‘Big Air’ 나 ‘Don Juan의 후예’처럼 노래마다 여러가지 음악적 요소가 크로스오버되어 있고 음반 자체로도 하나의 퓨전이 된다”고 했다.
그가 맨 처음 말했던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즉 ‘자유의 음악적 표현’인셈이다.
창작의 고통을 막 헤치고 나온 듯한 기쁨과 은근한 자기만족이 드러나는 그는 앞으로 지난해 신인 밴드 실버 스푼으로 시작한 프로듀서로서의 활동에 좀더 비중을 둘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나의 틀과 색깔을 뛰어넘는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자유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기자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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