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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불상' 통해 모든 폭력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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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불상' 통해 모든 폭력 고발

입력
200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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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안성금 '戰時中ㆍ展示中'전여성작가 안성금(43)씨가 1995년 광주 비엔날레에 ‘부처의 소리’라는 작품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성불가침의 대상인 부처상이 정확히 반씩 위에서 아래로 쪼개진 채 잔디밭에 놓여졌기 때문이었다.

부처의 오른손 모양이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ㆍ수행 중인 석가모니가 오른손을 땅에 대어 악마를 물리쳤다는 손 모양)인 것을 보아 분명한 석가모니 부처상이었다.

83년 첫 개인전 이후 파격적인 소재와 작법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 안씨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25점을 골라 전시회를 갖는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고발한 근작 ‘戰示中(전시중)’도 선보인다. 16일~12월 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戰時中(전시중)ㆍ展示中(전시중)’전은 치열한 사회비판 정신으로 작업해온 그의 작품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근작부터 살펴보자. 15일 전시장 야외 카페에 설치가 완료되는 2001년 작 ‘戰示中’은 파라솔 3개에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 줄과 파란 줄, 펜타곤을 상징하는 5각형 천을 붙인 다음, 폭격기 모양의 인조 털을 수놓은 설치작품.

세계경찰국가를 자부하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을 비판한 작품이다.

작가는 “햇볕과 비바람을 막아주는 파라솔 자체도 제3세계 민중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미국 자본주의와, 그 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전시계획이 잡혀 있어 할 수 없이 전시는 하지만, ‘전시(戰時)에 무슨 전시(展示)냐’는 자조적인 뜻에서 전시회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고도 했다.

이밖에 화엄경 고서 낱장을 캔버스에 여러 장 붙인 뒤 관세음(觀世音ㆍ세상 모든 소리를 살펴봄)을 상징하는 검은 원을 그려 넣은 ‘부처의 소리’ 연작(91년), 거대한 광목천에 얼굴 없는 군상과 스님을 먹으로 그려 암울한 시대상을 표현한 ‘우리들의 시대’ 연작(85년)도 선보인다.

일장기에 일본 엔화, 성조기에 미국 달러를 붙인 2000년 작 ‘악몽’, 하얀 밀가루위에 반씩 쪼개진 부처, 고개를 떨군 부처를 수십 점 올려놓은 95년 작 ‘부처의 소리’도 눈길을 끈다.

20년 가까운 작업기간 내내 ‘불(佛ㆍ부처)법(法ㆍ불경) 승(僧ㆍ스님)’이라는 불교의 3보(三寶)를 모두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작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인권유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다 보니 아시아의 대표적 종교인 불교를 선택하게 된 것 같다”며 “반으로 쪼개진 부처님을 통해 반인륜적 폭력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02)720-1020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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