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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갑 찬 예진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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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갑 찬 예진아씨

입력
200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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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출근길 지하철역 신문 가판대. 스포츠 신문들이 불티나게 팔렸다.1면 헤드라인과 대문짝 만한 사진. 사람들은 예진아씨의 청순한 얼굴과 그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동시에 보면서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황수정은 지고지순한 한국적 여인상의 표상이었다.

그는 항시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상적인 신부감, 며느리감 1위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수갑 찬 그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황당함과 당혹감이 내비쳤다.

그 수갑은 단순한 범죄자의 수갑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와 그 것에 대한 시청자의 사랑을 동시에 채워 버린 수갑인 것이다.

황수정은 사회가 혼탁해져 갈수록, 계산적인 일회용 사랑이 난무할수록 사람들이 꿈꾸고 그리워하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그러기에 그의 이번 행동에 대해 어떤 이는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고, 어떤 이는 분노를 드러냈다. 오직 그의 이미지만을 높이 평가해 모델로 기용했던 업체들은 즉시 광고를 중단했다.

이번 사건은 불행히도 많은 이들에게 "이제는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자괴감을 심어 주었다.

한 인기 연예인의 단순한 범법행위 차원이 아니라, 자신이 믿었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켰기에 그 파장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또 스타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타의 이미지란 결국 대중문화 생산자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지고 조작된 것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이미지를 실체와 동일시해 온 청소년들의 충격은 더 클 것 같다. 우리 모두 이미지의 허상만 보고 살아 온 게 아닌지. 참 씁쓸한 사건이다

/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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