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이 달 초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려다 자신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B은행 마이너스 대출 이자 18만원이 3개월간 연체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사를 가거나 전화번화를 바꾼 적이 없던 A씨는 은행측에 “왜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했지만 상담원은 “전산으로 처리돼 자동으로 넘어간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신용불량자 300만명시대’의 도래로 신용대란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은행 등 금융기관이 억울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기관들이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기 전에 사전통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고객조차 신용불량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용불량자 등록 및 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신용정보관리규약은 금융기관들이 신용불량자 등록에 앞서 45일전부터 15일전까지 당사자에게 통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에도 별다른 제재 조항이 없다.
은행연합회 은행이용상담실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전산상 자동적으로 신용불량자에 등록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사전 통지를 안했다는 것이 확인되더라도 제재를 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신용불량자 수는 1999년 말 253만명에서 지난 해 말 247만명으로 줄었다가 6월말 272만명으로 다시 급증하는 추세. 특히경기 침체와 맞물려 연말께는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에서는 이들 신용불량자 중 사전통지를 받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이 적어도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등으로 주소지나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A씨의 경우처럼 아예 사전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번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대출금을 갚는다 하더라도 최소 1년 이상 신용불량자로 남게 돼 금융거래상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된다.
하지만 해당 금융기관들은 고객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개월 이상 연체가 됐는데도 고객이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손해배상이 들어 오더라도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했다는 것만 인정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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