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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회담 결렬'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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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회담 결렬' 전문가 진단

입력
200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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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장관급회담 결렬로 남북관계에서 일정 수준의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하지만 양측간 대화 의지가 있는 만큼, 머지 않아 대화 재개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와 상당기간 정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국제정세나, 국내 정치 상황을 볼 때 현정권 아래서 더 이상의 남북관계 진전은 '물 건너 갔다'는 극단적 견해도 제기됐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

회담 결렬의 표면적 이유는 남측의 대(對)테러 비상경계태세에 대한 북측의 문제 제기, 경협추진위 개최 장소 등으로 보이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북측은 남측의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평양 방문단 교환은 북한체제 유지에 부담이 된다.

때문에 남측의 비상경계태세 강화를 구실로 금강산 회담 개최를 주장한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서울에서 경협추진위를 개최하는 방안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남측도 북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정체가 불가피하다. 앞으로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가 남북 관계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동복(李東馥) 명지대 초빙교수

북측은 남측의 비상경계태세와 관련해 항복을 받아내려다 어렵게 되자 회담을 결렬 시켰다. 현 정권 아래서의 남북대화는 끝났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이후 합의사항을 변경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등 사실상 남북대화를 중단시켰다. 과거 회담을 결렬 시킬 때와 똑 같은 패턴이다.

그러나 남측이 계속 매달리니까, 올 9월 장관급회담과 이번 회담에 마지 못해 응한 것이다. 북한은 그 동안 남측과 대화를 통해 남한 사회의 분열, 경제적 실리 획득, 대(對)서방 관계 개선을 노렸으나 자신들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원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되겠지만, 양측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머지않아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북측은 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군부의 입김 때문에 남측의 비상경계태세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

반면 남측으로서도 합의 사항은 반드시 지켜지고, 예측이 가능한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기 위해 북측에 분명한 입장표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사태는 오히려 남북관계를 전화위복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북한학)

이번 회담은 몇 가지 사항에 대해 합의를 하고도 명분싸움 때문에 결렬된 것 같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최고지도자 수준에서 남북접촉 창구를 금강산으로 일원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뒤 회담에 임했다.

하지만 북측은 식량난 극복 등 경제개혁을 위해서나, 클린턴 미 행정부 말기 북미대화 때의 실기(失機)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머지않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북측은 남측이 자신들을 주적으로 간주하면서 비상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어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남측의 입장과 대화 의지를 확인했을 것이다.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교수(북한학)

북한은 당분간 남북관계에 대해 숨고르기를 하려는 것 같다.

식량지원이나 금강산 관광대가 지불, 전력지원 등에서 남측 입장이 소극적이어서 대화를 해도 별 소득이 없다는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상대로 전쟁 중이어서 북미관계 진전도 어렵고, 남측의 현 정권도 레임덕 상황에 들어가 실익을 챙기기 어렵다는 정세 인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남북대화 자체를 파탄 시키려는 것 같지는 않다. 다시 한번 대화 재개를 시도할 것이다. 남측의 비상경계태세에 대한 문제 제기는 북한 군부를 설득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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