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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기자의 밤풍경 소묘] 강남역 시티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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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기자의 밤풍경 소묘] 강남역 시티문고

입력
200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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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이 넘쳐나는 토요일 오후 11시 서울의 유흥일번지 강남역.흥겨운 지상의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한 팝송 멜로디 속에서 독서의 무아지경에 빠진 이들로 가득찬 이색적인 공간이 있다. 시티문고다.

시내 대형서점이 대부분 오후 9시를 전후해 문을 닫는 것을 감안하면 이곳의 폐장 시간은 가히 혁명적이다.

오전 2시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까지 불을 밝힌다.

9월 초부터 이런 방식의 운영이 시작됐다. 시티문고 김인영 부장의 말. “야간 활동이 늘어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어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유동인구와 꼭 필요한 책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심야 영업을 생각했다.”

오후 10시를 넘긴 심야시간대에 주로 나가는 서적은 외국어와 경제 실용서, 소설류. 젊은 대학생이나 회사원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매출도 예상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서점을 찾는 고객의 반응도 물론 긍정적이다. 대학생 이수연(21)씨는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즐기는 밤도 좋지만 조용히 무언가에 몰두하고 사색하고 싶을 때갈 곳이 없다. 그 기회와 장소를 야간 서점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1시가 넘어서자 손님이 점차 뜸해진다. 이 시간에 서점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일행이 있다. 술을 한 잔 걸치고 붉은 얼굴로 동료 2명과 함께 들어온 회사원 김모(32)씨는 “용변도 해결하고 승진시험에 필요한 영어책을 사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시티문고관계자는 “아직까지 술을 먹고 들어와 쓰러져 자거나 구토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전 2시. 셔터문이 닫혔다. 밤이 깊었지만 지하 1층 서점 안은 책을 찾는 사람들의 향취가 가득했다.

그러나 바깥의 거리는 진동하는 술 냄새 속에 질주하는 자동차 불빛만이 늘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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