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신세대'조주선 잇단 완창무대 화제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청가’는 예술성이 높기로 ‘춘향가’ 다음으로 친다.
슬픈 대목이 많아 깊은 감정을 드러내야하며, 아니리(말)가 별로 없고 주로 소리(창)로 돼 있기 때문에 소리에 능하지 않으면 심청가를 이끌어 가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 시대 판소리의 프리마돈나 안숙선(52)과 주목 받는 신세대 소리꾼 조주선(29)이 1주일 간격으로 심청가를 완창한다.
안숙선은 24일(토) 오후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조주선은 17일(토) 같은 시각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한다.
북 장단은 안숙선의 소리는 정화영 김청만이, 조주선은 감남종 김청만 정화영이 맡는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판소리의 오늘과 내일을 대표할 만한 여성 명창인데다 마침 같은 강산제 심청가를 할 예정이고, 이번 공연이 두 극장의 올해 마지막 완창 무대이기도 해서 흥미를 자아낸다. 소리를 배운 지 안숙선은 44년, 조주선은 16년째이니 한 세대가 벌어진다.
강산제는 조선 말 명창 박유전(1835~1906)의 소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늘날 심청가는 그에게서 비롯돼 이날치-김채만으로 이어진 것과, 정재근-정응민으로 내려온 것 두 갈래가 널리 불린다.
안숙선과 조주선은 정응민의 제자인 성우향, 성창순에게 각각 심청가를 배웠다. 정응민제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으니 비슷한 소리라 하겠다.
심청가 완창은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운동으로 치면 마라톤이다. 그만큼 힘들다.
1990년까지 판소리 다섯 마당을 모두 완창한 데 이어 이번 심청가와 남은 춘향가를 합치면 두 바퀴를 돌게 되는 안숙선조차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문제는 체력이지요. 소리라는 게 들고 칠 때는 솟구치고 해야 하는데 마디마디 온 힘을 줬다간 큰 일이예요. 놀면서 슬슬 풀어가야지요. 청중도 짤막한 토막소리를 들을때는 그 대목만 맛있게 들으면 되지만 완창은 달라요. 길게 여유를 갖고 소리의 전체 짜임새를 어떻게 풀어가는 지 느긋하게 지켜보세요.”
조주선의 완창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 시절 2시간 반 정도 아니리로 엮어 심청가를 한 적은 있다. 그는 “힘들더라도 매년 한 바탕씩 해서 다섯 바탕을 마치고 싶다”고 말한다.
판소리에는 눈대목이란 게 있다. ‘노른 자위’쯤으로보면 된다. 심청가의 눈대목은 뭐니뭐니 해도 ‘범피중류’(심청이 배를 타고 인당수로 나아가 물에 빠져죽는 데까지)다.
이 대목은 매우 느린 진양부터 급박하게 내닫는 휘모리까지 장단이 다채롭고 같은 장단에도 늠름한 우조에서 구슬픈 계면조까지 변화가 심해 음악적으로는 까다롭지만 가장 멋지게 짜여 있다.
유유한 물결, 미친 듯 날뛰는 파도, 죽음을 앞두고 눈 먼 아버지를 생각하는 심청의 요동치는 마음, 뱃사람들의 두려움, 심청이 풍덩 하고 물에 빠지는 소리까지 영화보다 생생하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음악이 또 있을까 싶다. 국립극장 (02)2274-1173, 국립국악원 (02)580-304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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