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방이다. 시험 결과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지만 오랜만에 자유를 느낀다.자유를 완성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짐을 꾸리자. 1년, 아니 수년 간 응어리졌던 마음의 짐을 자연 속으로 내던지자.
다가올 논술고사에 대비해 뒤엉킨 머릿속을 정돈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대입 수험생이 찾을 만한 여행지를 추천한다.
광활하고 거칠거나 혹은 그윽하다. 그래서 젊은 에너지가 넘친다.
■ 안면도(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해안선은 충청남도에서 가장 울퉁불퉁하다. 리아스식 해안의 골마다 모래밭과 갯벌이 펼쳐져 해수욕장만 14개이다.
하나 같이 아름답다. 빼어난 아름다움 때문에 섬의 서쪽바다는 1978년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장 유명한 해변은 꽃지. 물이 빠져 모래밭이 훤히 드러난 꽃지 해변에 서보자.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을 느낀다. 넓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보이지 않는다. 모래밭은 단단하다. 뛰어도 힘이 들지 않는다. 마구 소리를지르며 달려도 좋다.
해변의 북쪽 끝에 두 개의 바위가 있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이다. 두 바위는 밀물이면 헤어졌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손을 잡는다.
바위 뒤로 해가 넘어간다. 장관이다. 빨갛게 바다에 잠기는 태양을 보며 마음을 다시 추스린다.
서해안고속도로 덕분에 안면도행길은 두 시간대로 빨라졌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직행버스로 태안읍까지 간 후 안면도행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태안군청 홈페이지 www.taean-gun.chungnam.kr
■ 월출산(전남 영암ㆍ강진군)
고작 800여m 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라고 얕보았다가는 초반부터 힘이 빠져죽을 고생을 하는 산. 성취감과 호연지기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출발지는 산의 동쪽 입구인 천황사. 천황사에서 출발해 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억새밭을 거쳐 반대편인 도갑사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등산 코스이다.
약 8.5㎞로 6시간이 걸린다.
오르는 길의 하이라이트는 구름다리. 쇠난간을 부여잡고 네 발로 돌길을 약 한시간 정도 올라야 이른다.
국내의 구름다리 중 가장 높은 곳에 걸려있다. 길이는 약 20여m에 불과하지만 아래의 낭떠러지는 200m이다. 스릴만점이다.
최고봉인 천황봉에 서면 저절로 호흡이 멎는다. 사방은 온통 바위의 바다이다. 짐승의 떼가 도열한 것처럼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천황봉을 중심으로 햇살처럼 펼쳐져 있다.
월출산은 멀다. 그러나 부지런을 떤다면 1박 2일의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 2박 3일을 잡았다면 해남의 땅끝까지 구경할 수 있다.
서울강남터미널에서 영암터미널까지 하루 세 차례 고속버스가 운행하고 영암터미널에서 천황사까지하루 다섯 차례 군내버스가 왕복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월출산 홈페이지 www.npa.or.kr/wolchul
■ 섬진강(전남 곡성ㆍ구례군, 경남 하동군)
맑고 도도한 흐름에 이끌리며 마음 속으로 침잠할 수 있는 강.
여럿이 몰려가기보다는 두세 명의 친구와 함께 하는 호젓한 나들이로 제격이다. 섬진강은 전북 팔공산에서 발원해 212.3㎞를 흘러 경남과 전남의 경계를 이루며 광양만으로 들어간다.
상, 중, 하류 모두 운치와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하류 전남 구례에서 하동에 이르는 구간이 쉽게 여행할 수 있고 볼 것도 많다.
강을 남북으로 휘감고 도는 강변도로 사이사이로 명소가 이어진다. 강의 북쪽으로 두 개의 고찰이 있다.
화엄사(곡성)와 쌍계사(하동)이다. 규모도 크지만 절의 정기 또한 깊다. 새벽 예불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섬진강의 하류는 모래톱의 연속. 그 곳으로 내려갈 수 있다. 강이 만들어 놓은 모래밭도 이렇게 깨끗하고 넓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섬진강 여행의 완성은 낙조이다. 강 남쪽 월전리 소공원에서 제대로 보인다. 붉게 물들어 흐르는 강물.
바다의 낙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아직 지리산 남쪽의 늦단풍도 지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구례구(口)역까지 하루 10여 차례 열차가 왕복한다. 구례터미널에서 하동행 또는 광양행 버스를 타면 섬진강 하류의 남북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곡성군청 홈페이지 www.gokseong.jeonnam.kr 하동군청홈페이지 www.hadong.go.kr
■ 소양호(강원 춘천시, 인제ㆍ양구군)
기차를 타고 가는 하루 일정의 여행. 덜컹덜컹 흔들리며 북한강변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다.
사실 인제나 양구쪽의 소양호 여행은 낚시꾼이 아니라면 무의미하다. 목적지는 춘천, 그 중에서도 소양댐이다.
그러나 댐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아쉽다. 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에 있는 청평사로 건너간다.
오봉산 산자락에 들어있는 청평사는 937년에 지어진 1,000년이 넘는 고찰. '그랭이 기법'으로 쌓은 축대와 독특한 양식의 회전문이 볼 만하다.
청평사 선착장에서 절에 이르는 약 2㎞의 진입로가 운치가 있다. 골짜기를 따라나 있는 길에서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구성폭포를 만난다.
춘천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먹거리. 닭갈비와 막국수이다. 어른은 물론 젊은이들의 음식이기도 하다.
소양댐 인근은 물론 춘천 시내 어디서나 닭갈비와 막국수를 함께 하는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청량리에서 하루 20회 왕복하는 경춘선을 타고 춘천역 앞에서 소양댐행 버스를 탄다. 춘천시청 홈페이지 www.chuncheon.go.kr
■ 정동진(강원 강릉시)
의미를 찾기보다는 단순히 머리를 식히는 데 좋은 곳. 젊은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볼 것이 많다.
어릴 적 다녀왔다면 '여행지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구나'라며 새삼 놀라게 된다.
모래시계 공원, 조각 공원 등 각종 시설은 물론, 남쪽 절벽 위에 세워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루즈호텔 등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정동진의 영원한 테마는 일출. 밤새 열차를 타고 달려가 일출의 장관에 졸린 눈이 번쩍 뜨이는 추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청량리에서 강릉을 왕복하는 중앙-태백선을 타도 되고 철도청에서 판매하는 정동진 일출 기차여행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
철도청 홈페이지 www. korail.go.kr
/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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