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레슨프로중에 허비 페닉 이라는 국민적 영웅이 있었다. 1995년 9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그는 70년에 걸친 레슨프로 생활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담은‘Little Red Book’이란 책을 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무려 54주 동안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 5위안에 올랐다. 이 책에서그는 번잡한 이론을 피하고 ‘골퍼가 한번에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라는 원칙 아래 핵심포인트를 고급 유머를 동원해 골프 팬들에게 제공했다.그는 사람마다스윙이 다르듯 골퍼의 인상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믿었다. 특히 그는 골퍼의 인상은 바로 복장이 결정짓는다고 확신했다. 센스 있는 골퍼는 틀림없이세련된 복장을 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일정한 수준의 복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엄격한 정장을 고집하진 않지만 최소한 재킷 착용을 권장하고 있고 청바지나 반바지, 깃이 없는 티셔츠 착용은 사양하고 있다. 연습장에서도 어깨가 파인 옷이나 가슴이 심하게 파인 옷을 금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경우 비교적 자유로운 복장이 허용되지만 유럽의 골프장이나 미국에서도 전통 있는 골프장에서는 내장객에게 반드시 칼라와 소매가 있는 복장을 요구한다.
왜 이런 복장이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5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신사들은 파나 보기 같은 스코어에만 신경 쓰는 골퍼들을‘골프에 걸맞지 않은 패거리’라고 경멸했다. 즉 매너를 모르는 골퍼는 골퍼가 아니라는 시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의 역사는 매너의 역사이기도한 셈이다.
1400년대부터골프 발전의 중심적 역할을 해온 스튜어트 왕가에는 다음과 같은 가훈이 이어져 내려왔다.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주위에 불쾌감을 주지 않는 복장이야말로예의범절로서 최적이다. 복장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예의이다.’ 즉 자신만 만족하는 복장은 몰상식의 극치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청바지는 작업복이지 결코 예복이 될 수 없으며 깃 없는 셔츠도 내복과 같은 성격의 옷이므로 정장이 될 수 없다는 게 골프 본고장의 골프복장에 대한 시각이다.골프규칙의 제1조가 에티켓으로 시작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20세기를 넘어서면서 골프웨어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깃만은 남겨두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골프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단정하고 세련된 복장은 골프의 기본 에티켓일 뿐만 아니라 골프를 정성스럽게, 진지하게 대하도록 한다. 복장이 흐트러지면 마음도 흐트러져 샷에 쏟는 정성이 부족해지기 쉽고골프 묘미의 정도도 떨어진다.
골프장에는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가 골프복장에 걸맞은 멋진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 진짜 골퍼라 할 수있다.
방민준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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