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국가정보원 2차장이 금융사기극 진승현 게이트의 핵심 인물을 감금 폭행했다는 폭로는 놀랍다.도대체 어떤 곡절과 이해 갈등이 있기에 국가정보기관 고위간부가 조직을 동원해 민간인에게 사적 린치를 가했는지가 몹시 궁금하다.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진씨 사건에 권력 기관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제 그 의혹을 더 이상 덮어둘 수는 없게 됐다.
폭행 사건 자체가 소홀히 넘길 수없는 독직(瀆職) 사건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국정원 고위 간부가 민간인을 안가에 가두고 부하 직원을 시켜 집단 폭행했다면 그것만으로 중대한 범죄 행위다.
국정원이 피해자의 진정에 따라 감찰 조사를 한 것도 그런 판단에 바탕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찰 결과가 국정원장에게 보고됐는데도 관련자들을 문책하지 않았고, 거꾸로 감찰 책임자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는 의혹을 한층 크게 한다.
조직을 위해 독직 폭행을 눈감는 수준을 넘어, 조직조차 감히 건드릴 수 없는 힘이 작용했음을 짐작게 하는 것이다.
실제 국정원 조직에서 이 때문에 논란이 일었고, 뒤늦게 폭행 가담자를 좌천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위는 의혹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의혹의 핵심은 그만한 국정원 간부가 직권을 크게 벗어난 폭행 사건에 연루된 근본 배경이다.
폭행 피해자인 김재환 전 MCI 회장이 진승현씨의 정ㆍ관계 로비 창구였고, 그를 진씨에게 소개한 이가 바로 김 차장이란 얘기는 그 의혹을 푸는 결정적 실마리인 셈이다.
두 사람이 옛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막역한 동료였다는 사실은 이들이 진씨 사건에 함께 관련됐다가 어떤 연유로든 갈등 관계로 바뀌었을 것이란 추측을 낳고 있다.
어쨌든 이 사건은 진씨 사건과 연계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 차장이 사조직을 동원해 진씨 사건에 개입했다는 국정원 관계자들의 해명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정원과 다른 권력기관 공조직이 개입된 의혹을 받는다면, 그 파문은 어떤 권력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공은 권력과 검찰에 넘어갔다. 몇천억대 금융 사기에 국정원 간부 등 권력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물증이 없다고 어물거린 과오를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 미적거리다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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