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메가 SD램 가격이 개당 2달러대로 올라섰다.13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지난 주 초까지만해도 1달러를 밑돌던 128메가 SD램 가격은 일주일만에 2배이상으로 뛰는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완전한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연말까지 상승국면→내년 초 조정국면→내년2ㆍ4분기 본격 반등국면으로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5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1. 더 내려갈 곳이 없다
지난 해 7월 128메가 SD램가격은 개당 18.20달러.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 주 가격은 0.93달러. 낙폭이 무려 95%에 달한다. 때문에 시장에선 더 떨어질래야 떨어질 곳이 없다는 ‘바닥인식’이자연스럽게 형성됐으며, 과도한 하락에 따른 자율반등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 지연된 수요
당초 시장에선 신학기 수요와 성탄특수가 맞물릴 올 하반기부터는 가격회복을 기대했지만, 9ㆍ11 테러로 이 믿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수요는 소멸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일 뿐, 이제 늦춰졌던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윈도XP 출시, 인텔의 펜티엄4 본격 가동, SD램을 지원하는 인텔의 브룩데일칩셋 출시 등 굵직한 호재들이 잇따라 가시화하면서 반도체 가격도 자연스럽게 회복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3. 꿈틀대는 PC 경기
미국의 가정용 PC는 금명간 10% 정도의 대체수요가 예상된다. 동영상 요구가 늘어나는데다, 인텔의 펜티엄칩 가격50% 인하, 컴팩의 PC가격 30% 인하 등 ‘가격파괴’전략이 잇따르면서 잠자던 PC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통상 3년 주기로 교체되는기업 PC 역시 내년 상반기부터는 윈도XP와 펜티엄4를 장착한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바람이 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4. 감산효과
올 여름 일본 NEC 감산에 이어 하이닉스 유진공장의 한시감산, 도시바의 D램사업포기, 대만업체들의 D램사업정리등 일련의 감산ㆍ사업철수 효과가 서서히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세계랭킹 2위인 미국 마이크론마저 감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D램 가격은 가파른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4ㆍ4분기들어 세계 D램시장에선 1,500만개 가량 공급이 축소됐다. 시장규모가 월 2억개 수준임을 감안할 때 7~8%의 감산이 이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초과공급도 10%에서 2~3% 수준으로 낮아져 금명간 ‘수급균형점’도달이 예상된다.
5. 사재기
수급상의 청신호들이 감지되면서 현재 현물시장에선 가격이 더 오를 것에 대비, 중간상들의 반도체 물량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조차 더 이상 ‘헐값 반도체’는 구하기가 어렵게 됐으며, 최근의 가격폭등 역시 직접적으론 이 같은 사재기적요인에 따른 것이란게 일반적 분석이다.
한투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수급상 개선요인은 확실히 발견되지만 현재의 가격은 다소 과열된 면이 있다”며 “내년초 비수기로 접어들면 한차례 조정국면을 거친 뒤 상반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회복국면 진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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