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담에서 뉴라운드의 출범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농업, 반덤핑, 환경, 지적재산권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이 대립되어 왔던 각국이 조금씩 양보하게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지난9월 미국의 테러사태이후 무역자유화를 통해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수 년간 WTO의 140여 개국의 회원국들은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확대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향후 뉴라운드 협상은 농업, 공산품, 서비스 등의 무역자유화 확대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2000년 기준 GDP의 73%가 대외무역과 연계되어 있는 우리로서는 뉴라운드 협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뉴라운드 협상 결과 세계적으로 농업, 공산품, 서비스의 교역장벽이 33%감축될 경우 우리나라의 GDP가 2∼3%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뉴라운드 협상이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여 준다.
이미 우리의 공산품 관세는 높지 않고 수준이고, 서비스 분야도 지난 외환위기 이후 광범위하게 자유화를 하였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는 우리 시장의 자유화 확대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기 보다는 다른 나라들의 시장을 더욱 개방시켜 대외진출에 따른 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
농업분야에 있어서는 관세율 인하 등 추가적인 개방이 부담이 될 것이다.
종전에 개도국으로서 인정받았던 우대조치를 더 이상 적용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최근의 국제적인 추세는 수입에 대한 물량제한은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다.
따라서 2004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쌀의 관세화 협상에서도 쌀 수입에 대해 관세화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영상산업에서 국산영화에 대한 스크린쿼터제도를 철폐하라는 압력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민감한 분야에서 우리가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무역협상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국익을 고려하여 이들 민감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협상 상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되, 우리가 우려하는 바를 다른 보완책으로 해소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만 상대국의 입장에서도 우리의 수출상품에 대한 시장을 더욱 개방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한 보완책으로서는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개혁과 아울러 새로운 상황에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례로 농업분야에서는 개방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보전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WTO에서 허용되는 것이므로 이를 활용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그 실효성조차 상실되어 가는 스크린쿼터 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작품성 있는 국산영화의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로 대체하는 것이 국내 영화산업의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제11위의 무역 대국이다.
따라서 국내적으로 민감한 사항으로 인해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는 등의 비합리적인 대응을 보인다면, 국제협상 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이 현저히 저하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우리가 다른 분야에서 요구하는 바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하여 전체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향후 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 전체의 국익을 시야에 두는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나 기업 등 다수 수혜자들의 미 실현 이익이 희생되지 않도록, 소수 피해자들의 우려를 현명하게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