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한 중년 남자가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있더군요.주변에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힘들게 서 계셨습니다. 조금만 좁혀 앉으면 그 분이 앉을 공간이 생기는데도 떡하니 두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겁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봤을 법한 불쾌한 광경입니다.
왜 남자들은 공공장소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일까요? 여자들은 대개 다리를 바짝 오므려 앉는데 말이지요.
‘신체적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는 게 일부 남자들의 대답입니다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과연 그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왜 에티켓 차원 정도의 문제를 갖고 시비를 거느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할까요?
많은 여성들은 남자들의 그런 모습에서 ‘나는 남자다. 누가 나를 막으리요’하는 무의식적 오만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넓게 차지한 자리를 자신의 남성성이나 권력과 동일시하는지도 모르죠. 몸이 닿는 게 불쾌해 더욱 다리를 좁혀앉는 여성들을 깔보면서 말이지요.
턱없는 착각이자 열등감의 표현입니다. 비굴한 권력지향이기도 하고요. 아마도 그런 사람들일수록 직장 상사나 힘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바짝 더 몸을 움츠리지 않을까요?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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