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융과 신용카드 업계 사이에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지갑 속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할부금융사의 대출전용카드가올들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신용카드업계의 ‘밥줄’이나 다름없는 현금서비스 시장을 급속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출전용카드가 인기를끌자 보험사나 금고도 잇따라 유사한 형태의 상품을 출시,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전선(戰線)이 갈수록 확대될 조짐이다.■무섭게 성장하는 대출전용카드
대출전용카드란 미리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카드를 발급받은 뒤, 그 범위 안에서 현금지급기를통해 자유롭게 돈을 인출해 쓰도록 하는 카드. 신용카드처럼 물건을 사는 데는 사용할 수는 없지만 ▦소득증명서와 신분증만있으면 발급이 가능하고 ▦500만원 안팎의 소액 급전대출이 주종을 이루며 ▦거리에있는 현금지급기에서 아무때나 필요한 현금을 뽑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와 유사하다. 신용도에 따라 적게는8%, 많아야 22%의 수수료를 적용해 연 22~25%의 수수료를 떼는 신용카드보다 저렴한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대출전용카드는 지난해 5월 삼성캐피탈이 ‘아하론패스’를내놓은 뒤 직장인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11월 현재 취급액이 4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연 금리9~22%, 최고한도 1,000만원인 ‘아하론패스’의 경우 이 달 들어 총가입자 166만명, 취급액 2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후발주자인 현대캐피탈은 올 초 대출전용카드 ‘드림론패스’(수수료 8~21%)를 출시, 본격 영업을 시작한지 8개월만에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하고 취급액도 9일 현재 1조5,000억원을넘어섰다. 여기에다 롯데캐피탈의 ‘캐시론’이 맹추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엔 새마을금고가 대출카드 중 금리가 가장 낮은 ‘스피드마이너스’(13%, 한도1,000만원)를, 교보생명은 ‘플러스패스론’(11~18%, 한도 1,000만원)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경날카로워진 신용카드업계
전체 매출액의 60~70%를 현금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신용카드업계는 대출전용카드가낮은 신용도 때문에 은행 대출이 어려운 20~30대 직장인, 사실상 신용카드 잠재고객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출전용카드의수수료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홍보전을 펴거나 할부금융사의 대출카드와 유사한 형태의 상품 및 서비스개발을 본격 추진중인 곳도 적지 않다. 현재 LG카드 등 2~3개 카드업체가 대출전용카드 시장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출전용카드는 카드발급시 원금, 이자와 별도로 1~3%를 취급수수료로 따로 떼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돈을 빌려 쓸 경우 오히려 신용카드보다이자율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놀라운 성장속도로 현금서비스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만큼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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