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만에 돌아간 고향에서 이웃 할머니를 뵈었다.느닷없이 모진 세월에 졸아붙은 할머니의 젖가슴을 만지고 싶었다. 할머니의 젖가슴은 예쁘지 않았지만 따뜻했다.
자식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 꼭꼭 숨겨왔던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문학이란 그런 것이다. 할머니의 늙고 야윈 젖가슴처럼 슬픔마저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는 것.
그래서 소설가 이청준(61)씨는 7년만에 펴낸 산문집의 제목을 ‘야윈 젖가슴’(마음산책발행)으로 붙였다.
이번 산문집에는 작가인 그가 읽은 다른 좋은 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에서 만난 예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윤기의 ‘두물머리’를 읽다가 늦가을 방문했던 암자에서의 정화(淨化)를 떠올린다.
미국으로 유학간 한 학생은 한글사전을 갖고 갔다. 외롭고 막막한 시간을 보내면서 한글사전의 우리말 낱말을 들춰보면서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권력의 맛을 알고 나면 절대로 권력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권력의 덫”이라던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를 기억한다.
얼마 전 함께 중남미 여행을갔던 시인 황지우가 찍은 예술적인 분위기의 사진들이, 이씨가 읽고 만났던 문학작품과 문학인들에 대한 글과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