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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WTO회의 빈국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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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WTO회의 빈국의 호소

입력
2001.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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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현지시간), 세계화(뉴라운드)의 산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카타르 도하의 쇼핑몰이 밀집한 '알무세리프'거리.10리얄(미화 약 3달러)짜리 스웨터 가격을 한참 흥정하던 한 40대 남자의 지친 시선이 문득 바로 옆 쇼윈도의 초대형 디지털TV화면에 머문다.

'2만 리얄(약 6,000 달러)!'. 카타르의 서민 근로자가 2년 이상 급여를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거금이다.

중동의 진주라는 카타르의 전체 인구(68만명) 가운데 토착 카타리안은 고작 18만명.

나머지는 대부분 인도와 파키스탄 예멘등 인근 개도국에서 생계를 위해 몰려 든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단한 삶은 2000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 3만1,000달러(세계8위)의 부국이라는 허명(虛名)에 가려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카타르 뿐일까. 한스 마르틴은 그의 책 '세계화의 덫'에서 부유한 20%의 국가가 84.7%의 부를 독차지하는 이른바 '20/80의 세계화'를 경고했다.

그 세계화의 첨병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됨으로써 새로운 남북문제를 노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아프리카의 소국 토고 수석대표는 "가난한 국가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달라"며 외롭게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그 시간 선진국 그룹대표단은 협상 테이블을 분주히 돌며 자유무역과 세계 경제의 공동번영을 위한 뉴라운드 '세일즈'에 여념이 없었다.

/카타르 도하=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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