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2일 장관급회담에서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합의도출을 시도했으나 테러정세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11일 밤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에 합의하는 등 급진전한 것처럼 보였던 회담이 다시 공전하게 된 것은 북측이 비상경계조치에 대한 남측의 해명 수위에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북측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물론 ‘좀 더 밀어붙여라’는 평양의 지시 때문이었겠지만, 이산가족 행사 등 미이행 합의사항과 식량 지원문제가 거론될 본안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술로 해석된다.
북측은 내부적으로도 남측의 경계조치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군부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측도 북측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해명을 내놓기 어려운 처지이다. 이봉조(李鳳朝) 회담 대변인은 “경계태세가 북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원론적 내용 이상은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이 우리의 비상경계태세에 대해 북측에 ‘유감’이라는 표현을 할 경우 그 파장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쟁점은 홍 장관의 ‘표현’에 모아지고 있다. 북측은 ‘경계조치 해제’는 아니더라도 이를 시사하는 발언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경계태세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남북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현의 묘(妙)’를 발휘해 경계태세에 대한 이견차를 극복하더라도 남측은 ‘북측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내용이야 어떻든 경계조치에 대해 해명을 하는 사실 자체가 북측에 밀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남측이 그 대가로 이산가족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면 ‘남조선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북측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남북 모두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측은 경계태세에 대한 해명을 얻어낸 뒤 남측으로부터 식량지원 약속을 받아내길 기대하고 있다.
거꾸로 식량 카드를 쥐고 있는 남측은 이를 적절히 활용해 경계조치 문제를 봉합하고, 이산가족 행사 등 실질적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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