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는 뱁새만의 걸음걸이와 갈 길이 있다. 애면글면 황새를 따라갔다고 하자. 그곳에 자신의 먹이가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예술영화, 정확히 말해 감독이자기 방식대로 만든 작가주의 영화가 죽는다고 난리다.
‘신라의달밤’ ‘엽기적인그녀’ ‘조폭마누라’에서부터 8일 개봉해 첫 주말 전국에서 68만 4,000명이 본 ‘달마야놀자’까지. 비평가들이 혐오스러워 하는 오락영화가 난리를 치는데 반해 작품성에서 극찬을 받은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브라더스’는 비참할 정도로 썰렁하다.
그래서 ‘고양이를 살려주세요’라고 아우성이고, ‘고사모’(‘고양이를…’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까지 생길 판이다.
‘운동’까지해서 영화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작가주의 영화는 ‘대박’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제작비를 건지면 일단 만족이다.
그러나 최근 그것조차 까마득해지자 위기감이 더 커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한국영화 시장이 커지고, ‘대박’이 잇따라 터지면서 “우리도 그런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만, 이란, 중국과 달리 한국의 작가주의 영화는 상업자본 위에 있다.
그래서 늘 ‘흥행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극이 있다.
영화의 성격은 다르면서 상업영화를 따라 한다. 같은 방식의 광고, 대규모극장 개봉으로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 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상업영화에 비해 제작비가 적고, 오락요소가 적으며, 스타가 없으며, 광고비가 작고,극장수가 모자란다.
‘고양이를…’ 제작자 오기민씨는 “광고, 마케팅비로 몇 억 원을 써도 표가 안 난다”고 했다. 당연하다.
작가주의 영화는 절대 관객이 적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영관이 많을수록 객석점유율도 낮다. 수익이 적은 극장으로서는 당연히 빨리 내릴 수밖에 없다.
‘나비’도, ‘고양이를…’도, ‘와이키키…’도 그랬다. 전국 60개 극장에 개봉했다 빠르게는 3일 만에, 늦게는 일주일 만에 두세 개로 줄어들었다.
어떻게 보면 작가주의 영화의 비참한 현실은 제작자들의 자업자득이다. 혹시 그렇게 해서 ‘대박’이 터질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궁여지책으로‘와이키키…’는 10일 서울의 시네코아 상영관 하나를 3,000만원 주고 2주 동안 빌렸다.
개봉 때 28%였던 객석점유율이 63%로 올랐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적은 극장으로 장기 상영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5억 원이나 쏟아 부은 광고비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입 소문이 나고, 그 소문을 듣고 관객이 꾸준히 찾는다면. 굳이 임대형식이 아니라도 그런영화 상영하려는 극장이 생길 것이다.
외화 ‘타인의 취향’은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 단 한 개관으로 3개월 동안 4만 명을 기록하지 않았는가.
무턱대고 “예술영화죽네”라고 아우성치지 마라. 한심한 관객, 상업영화의 횡포라고 하기 전에 또 다른 ‘한탕주의’에 빠진 제작자의 무모한 선택 때문은 아닐까.
소중한 뱁새의 가랑이를 찢는 일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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