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인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인가.’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지리적 인접성이나 양국간 교역량에서나 한국 경제에 가장 심대한 충격을 가져올 변화임이 분명하다.
인구 12억의 거대한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고, ‘세계생산기지’의 지위가 더욱 강력해져 한국제조업을 붕괴시키는 ‘무서운 호랑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WTO 가입을 계기로 관세율 인하 및 비관세장벽을 대폭 완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계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경우 미국만 쳐다보는 대미의존형 경제를 치유하고, 동북아경제의 중추로 부상하는 윈-윈(Wiin-Win)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국이 WTO 멤버십을 획득함에 따라 2002~2008년중 대중 순수출이 연평균 11억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 봤다.
가장 큰 수혜 품목은 중국의 관세율 인하가 예상되고,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섬유류(현행 중국관세율 25.4→2005년 10.3%), 전기및 전자제품(18.1→9.0%), 자동차및 부품(41.3→14.7%) 플라스틱(11.4→6.9%). 기계장비(15.6→10.0%) 등이 꼽히고 있다.
또 중국이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는 등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내국민대우를 해줄 경우 현재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에 편중된 대중투자가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중화학공업과 금융, 보험, 정보통신, 유통업 등 서비스분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WTO체제 편입은 향후 한국경제에 무서운 시련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진석 박사는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가전분야 등에서 이미 한국상품을 내몰고 있고, 다국적 기업의 유치로 기술발전 속도 또한 초고속질주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 반도체 등 정보통신(IT)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불보듯 뻔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가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100억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있지만,값싼 고급인력이 풍부한 중국이 완전 개방되면 우리나라는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인교동서남아팀장은 “중국의 WTO가입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더욱 노력한다면 상당기간 특수를 누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제조업위주의 현지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시장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고, 브랜드관리와 현지마케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중국이 WTO가입을 계기로 양국간 무역불균형 시정 등 우리의 시장개방도 강도 높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산품의 반덤핑조치적용 및 농림수산물에 대한 긴급관세 부과등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유지에 노력해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WTO가입 득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경제 판도에 지각변동을 몰고오고 슈퍼파워로 부상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WTO 가입으로 도산위기에 빠진 국유기업과 금융부문 때문에 타국가들과의 경쟁에 밀려 중국 경제가 오히려 취약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긍정론을 보면, 전문가들은 중국이 개혁ㆍ개방 정책을 추진한 이후 ▦준 고정환율제▦자본시장의 불완전 개방 ▦경상 및 자본수지의 ‘쌍둥이 흑자’ 등 거시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더욱 성장의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에 따른 대외교역 및 외자유치 확대효과로 0.5~3%의 GDP(국내총생산) 추가 성장이 전망된다. 수입관세율 인하, 비관세장벽 완화 등으로 시장개방이 확대돼 2005년 교역규모는 6,000억 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다.
중국의 수입관세율은 1990년대 초반 40%에서 올 11월 현재 15.3%선으로 인하됐고, 2005년까지 공산품과 농산품이 각각 8.9%와 15%로 하향 조정된다. 3년 후에는 모든 외자기업의 대외무역권이 허용돼 2005년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000억 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다.
지적재산권 보호협정에 따라 하이테크기술 및 외국 상품의 중국시장 진입여건이 개선되는등 산업구조가 고도화해 낙후된 정보통신, 자동차, 기계산업 구조개편이 가속화된다.
외국계 금융기관 진출 확대, 국영기업 구조조정 가속화 및 중소민간기업이 급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환율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자유화, 무역정책 조정 등 거시정책 부문의 자유화가 요구된다..
부정적 영향으로는 단기적 개방의 고통이 예상된다. 외국상품과 서비스업의 대량유입으로 은행, 보험 등 금융부문과 통신 등 국가보호막에 쌓여있던 업종의 충격이 클 것이다. 국영 기업들이 외국기업과 경쟁에서 도태돼 대거 파산도 우려된다.
비국유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정부의 인위적 경제운영이 어려워지며 국제상품, 자본시장의 영향권에 직접 노출되면서 충격이 예상된다.현 실질 도시실업률은 8%에 달하는데 WTO가입으로 국유기업 노동자 퇴출, 구조조정 등에 따른 단기적 실업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WTO가입' 中 15년숙원 풀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지난 1986년 7월 WTO의 전신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문을 두드린 지 15년 만이다. 가입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주요국가들이 세계무역규모 11위인 중국에 ‘개도국 우대조치 적용’을 최소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94년까지 8년간 19차례의GATT 가입작업반 회의를 개최했으나 일부 회원국과의 의견 차이로 끝내 가입에 실패했다. 특히 무역적자, 지적재산권 등으로 중국과 통상마찰을 겪어온미국이 중국에 대해 여타 개도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 영향이 컸다.
95년 5월 중국은 WTO 가입을 위한 가입작업반회의를 재개했는데 이에 앞서 95년 2월 미중 지적재산권 마찰문제가 중국의 양보로 타결된 데 따라 미국이 다소 유연한 태도로 돌아서 상황이 호전됐다.
그러나 97년 3월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보험사, 증권사 등의 서비스분야 시장개방 확대를 강하게 요구, 다시 난항을 겪게 됐다.
우리나라와는 97년 8월 아시아국가로서 최초로 양자협상을 타결했으며 97년 9월 일본, 99년 11월 미국에 이어 지난해 5월 EU와도 협상을 타결해 큰 고비를 넘기게 됐고 지난 9월 마지막 양자협상 대상국인 멕시코와 협상을 마무리하며 사실상 WTO가입을 확정지었다.
/카타르 도하=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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