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조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D램값 급등에 힘입은 반도체주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선도주로 부상, 580선 매물벽 앞에서 힘겨워하는지수를 추가랠리로 이끌 것이란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대세상승 진입까지 거론하는 등 반도체에 거는 기대수위를 잔뜩끌어올렸다.D램 값 상승이 계절적이고 일시적이라며 바닥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부정적 일색이던 전망을 짓밟고 지수가급등했던 장면을 손놓고 바라봐야 했던 투자자들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질만도 하다.
■D램 날개 달고 반도체주 시동
삼성전자는 9일 2.8% 상승하며 장중 한 때 20만원선을 돌파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이달 들어7일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14.4%나 상승했고 지난 9월말 저점과 비교하면 무려 42%나 치솟았다. 하이닉스도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들을 뒤따라거래소와 코스닥의 반도체 재료, 장비업체들까지 함께 뛰어올랐다.
반도체주 강세는 바닥에서 벗어날 줄 모르던 D램 가격이 달아오를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주력제품인128메가 SD램은 8일 8.6%나 오르는 등 7일부터 D램 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이런 추세적 오름세는 지난해 8월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8일 발표된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연례 전망보고서가 올해 반도체 시장이 31% 줄어들겠지만내년에는 6% 성장한 1,500억달러 규모에 이르고 2003~2004년에는 각각 2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연구원은 “D램의 경우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이며 삼성전자는 대세 상승국면에 들어선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 매수세로 연이틀 외국인 지분율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ING베어링증권은하이닉스에 대해 채권단 신규지원 및 D램 가격 하락세 둔화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목표가를 11% 상향조정했다.
■반짝상승? 대세상승?
반도체주 대세상승론이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는 D램 가격 바닥론을 앞세운다면, 이의 발목을 잡는것은 D램 수요의 계절성 논리다. D램의 경우 전통적으로 11월 수요가 가장 많아 가격이 안정되거나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할 수 있지만 12월 이후의경기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수기인 내년 1ㆍ4분기에는 수요위축으로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D램의 가격 하락세가 둔화됐지만 수요회복보다 빠른 D램 업체들의 생산증가와연말 이후의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건은 내년 초 공급물량 과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병서 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D램 값 상승반전이 비록 계절적인 요인이라 하더라도 반도체 시장은 이미8~9월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고 판단돼 이제 상승세가 하락세보다 가파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이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하이테크산업에서 이러한 수준은 드문 경우”라며 “단기 상승후 조정을 받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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