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달라지지 않았느냐?” 10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으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평가전서 2_0으로 완승한 뒤 한국축구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기자회견중 이렇게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평가전은 한국팀이 두 가지 중요한변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월드컵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히딩크호의 분기점이었다’고표현하는 전문가들도 있을 정도다.가장 큰 변화는 수비조직력이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선수들은 경기 내내상대가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2~3명이 둘러싸고 공을 차단해 곧바로 역습을 시도했다. 과거처럼 상대 2선 공격수들의 침투를 속수무책으로 허용하고지역방어를 할지 대인방어를 할지 혼선을 빚는 장면이 드물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절제가 있었고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또 수시로 공격에가담, 활력을 불어 넣었다. 히딩크호 출범 이후 처음 선보인 장면들이다. 히딩크 감독도 말했지만 공격은 안정된 수비가 바탕이 돼야 나온다. 한국은송종국의 재치있는 수비리딩과 최진철 등의 호수비로 수비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한국팀의 패스가 질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괄목할만한 점이다. 세네갈경기 후반부터 보여준 한국팀의 패스는 이전과 달랐다. 종전까지는 상대의 압박을 뚫지 못해 횡패스나 백패스를 위주로 하다 길게 내주는 ‘뻥축구’였다.
그러나 이제는 길고 ?F은 패스를 상대의 빈 지역에 떨어뜨려주는 ‘공간패스’로바뀌며 공격패턴이 훨씬 다양해졌다. 마무리가 약한 것이 흠이었지만 여러 차례의 측면돌파가 나왔고 패스가 차단 당하는현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히딩크호’가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전문가들은 포지션별로 볼 때 선수들의 수준이 최고라 할 수 없고 정교함이 결여돼 부분적실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전은 분명 전술적으로 큰 변화를 보여준 경기였다는 데는 동의한다.
허정무 KBS해설위원은 “중요한점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경기내용의 변화에 있다. 한국팀은 기동력을 앞세워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것만이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보여주었다”며 “이날 히딩크호는출범이후 가장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유승근기자
■"떴다 최태욱 - 역시 이천수"
“팀에 액센트를 주는 선수들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10일 기자회견서 20세 동갑내기최태욱(안양 LG)과 이천수(고려대)를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외신기자들의 집중질문을 받은 선수도 서울 월드컵경기장 개장 기념전서 제 1호골을뽑아낸 최태욱과 후반 한국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천수였다.
부평고 동기생인 최태욱과 이천수는 8월 유럽전지훈련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한지3개월만에 주전은 물론 외국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대주로 성장했다. 이들은 히딩크 감독이 꼽는 ‘현대축구의 필수요소’인스피드를 갖췄다. 대표팀의 주 공격루트인 측면 돌파능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도 돋보인다. 양쪽 날개, 또는 스트라이커와윙백 등 전술적 활용도도 높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들에 대해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두선수는 잘 뛰었지만 여전히 비판받을 부분이 많다”고 일침을 놓았다. 경험부족은 시간이 풀어줄 문제이지만수비 가담능력이 떨어지는 점이 우선적인 지적사항이다.
최태욱은 전반전서 수비력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수 차례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천수에 대해“수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프로선수가 아니어서 때로 경기감각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둘은 이런 지적을 달게 받아들인다. 고칠 것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향상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고 내년 월드컵에서는 완벽한한국팀의 두 기둥으로 성장할 것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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