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가 한국성인병예방협회(회장 허갑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ㆍ대통령 주치의)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성인병을 이기자-전문의 좌담’ 세번째 주제는 우리나라 단일 질환 가운데 사망률이 2위인 심장병이다.좌담회에 참석한 전문의들은 1999년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인구 10만 명 당 39.1명으로 뇌혈관 질환에이어 가장 높으며 40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심장병은 예방이 곧 치료”라며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금연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장병이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인 관상동맥이 어떤 원인에 의해 좁아지면 심장 근육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충분한 혈액을 공급 받지 못 하게 된다.
심장 근육이 빈혈 상태가 되고 심한 가슴통증(흉통)이 생기면 ‘협심증’이라고 한다. 이 때 하나 혹은 몇 개의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면 심장 근육의 일부가 죽어 ‘심근경색증’이 된다.
관상동맥 질환의 대표적인 것은 바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다. 심근경색증이 심하거나 반복되면 효과적으로 수축할 수 있는 심장 근육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심부전증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허혈성 심부전증’이라고 한다.
-사회에서 중추적으로 일해야 하는 40대에서 심장병 환자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심근경색증 환자 중15~20%가 40세 이하이고 발병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지요. 이는 선진국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 인자로는 스트레스,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비만, 운동부족 등입니다.
-우리나라에서 40대 돌연사가 많은 것은 흡연 인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20%에 불과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월등히 높은 70%에 달하지요.
흡연은 우선 심장 관상동맥의 동맥경화를 촉진시키지요. 담배를 피우면 혈관의 나이가 실제보다 늙게 마련이거든요.
실제로 흡연자의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발병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소 아주 건강하던 증권사 직원이 주식하락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증으로 병원을 찾았지요.
얼마 전 미국 테러사건 이후 미국심장병학회가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병 환자의 급증에 대비하라는 공문을 띄웠을 정도이지요.
-당뇨도 심근경색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남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률이 2~3배 높고, 여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6배 이상 높습니다.
-관상동맥 심장병은 대체로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돌연사(급사)와 협심증, 심근경색, 허혈성 심부전증이죠.
돌연사는 대부분 진행된 관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심장근육에 산소가 부족하게 돼 치명적인 심실성 부정맥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의 주성분인 죽상반(粥狀斑)이 생겨혈관이 좁아지고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개 혈관이 평상시보다 50% 이상 좁아지면서 가슴이 아파오면 협심증입니다.
-흉통이 나타나는 부위는 가슴의 한복판, 왼쪽 가슴, 혹은 전체 가슴이고, 간혹 목이나 턱, 앙팔 또는 등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드물게 통증이 턱에만 와서 치과를 전전하다가 심근경색을 당하거나, 위에만 통증이 나타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고 위장검사나 소화제만 쓰다가 큰 변을 당하는 수도 있습니다.
-협심증은 대부분 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계단이나 육교를 오르거나 갑자기 과격한운동을 하면 나타납니다.
가슴 통증은 약 2~3분간 지속되다가 안정을 하면 없어지지요.
-협심증 가운데 이형협심증이 가장 심각합니다. 혈관이 급격히 좁아진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혈관이 경련을 일으켜피의 흐름을 얼마동안 차단하므로 운동량과 관계없이 발생합니다.
특히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특히 전날 저녁 과음을 했을 경우에는 발병률이 높습니다.
술은 일종의 혈관 확장제이므로 술기운이 떨어지면 혈관이 갑작스럽게 수축되기 때문이지요.
-협심증은 안정을 취한다든지 관상동맥 확장제인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하면 몇 분내 증세가 가라앉지요.
니트로글리세린을 3~5분 간격으로 두세 차례 사용해도 증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지체 말고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해야 합니다.
-심근경색은 협심증보다 증세가 더 심하지요.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의식도 떨어집니다.
경우에 따라 메스꺼움이나 구토증상을 유발하기도 해 위경련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상태에서 그런대로 혈액의 흐름을 유지하던 혈관에서 죽상반이 파열돼 혈전(핏덩어리)을 형성하면, 그 혈관이 영양을 공급하는 심장근육이 죽게 되는 증상을 심근경색이라고 합니다.
심근경색은 혈관이 혈전으로 완전히 막혀서 생기는 질환이므로 막힌 것을 뚫어 혈액을 공급시키면 죽음에 직면한 심장근육을 살릴 수 있습니다.
-심장병 치료법에는 내과적 치료(약물치료ㆍ섭생치료), 중재술(수술을 하지 않고 대퇴부의 혈관을 이용해 여러기구 즉, 풍선도자, 가느다란 대롱 및 그물망 등의 도구를 이용해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분을 열어주는 모든 치료 작업), 관동맥 우회로술 등 세가지가 있습니다.
-심근경색증은 혈전용해제(유로키나제, t-PA) 투여를 통해혈전을 녹이는 방법과 관상동맥 풍선확장 성형술 등이 이용됩니다.
심근경색증은 적어도 12시간 이내에 이런 치료 시술이 이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있습니다.
흉통이 생기고 12시간이 지나면 막힌 혈관으로 인해 심장 근육이 대부분 죽어 버리기 때문에 그 전에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2시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받는 경우가 전체 심근경색 환자의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60~80%의 심근경색 환자가 이런 치료를 받는다고 보고돼 있습니다. 따라서 협심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무조건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합니다.
-심장병은 평상시에 조심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돌연사하는 사람 가운데 80%가 평상시 허혈성 심부전증을 앓았고 20% 정도가 심근경색증을 동반할 정도이니까요.
심장병 환자는 날이 추워지면 외출 시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써야 합니다. 사우나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을 삼가고, 운동을 할 때도 미리 운동 처방을 받는 게 좋습니다.
-심장병은 불치의 병이 아닙니다. 미국 딕 체니 부통령 같은 유명인 가운데에도 바이패스 수술(관동맥 우회로술)후에도 건강한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심장병 환자는 금연과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편한 사람과 대화를 즐기고, 지나친 욕심이나 모험은피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선이나 종교활동, 음악감상 등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심장병 환자는 운동 처방을 먼저 받은 뒤 주기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체중 조절과 혈관 팽창을 통해 심장병 재발을 예방해 주지요.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 자전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권하고 싶습니다.
역기 들기 등 갑자기 힘을 주는 운동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제일 좋은 운동은 운동장에서 걷거나 달리는 것입니다. 하루 20~30분씩 가능하면 매일 운동을 하는 게 좋지요.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혈청 콜레스테롤의 적정치는 일반인은 총 콜레스테롤이 200㎎% 미만,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130㎎% 이하인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이 100㎎% 이하. 총 콜레스테롤은 160㎎%를 유지해야 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포화 지방산의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육류의 기름기, 닭 껍질, 버터,소시지, 베이컨, 치즈, 크림, 쇼트닝 등에는 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에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 낙화 생유, 카놀라유 등을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달걀, 메추리알, 생선알, 육류나 생선의 내장, 오징어, 새우, 장어 등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기 때문에 1주일에 2~3회로 섭취를 제한하는게 바람직하지요.
-신선한 채소나 과일, 잡곡, 현미, 콩류, 해조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나치게 짠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부모형제 가운데 심장병을 앓은 사람, 즉 가족력(家族歷)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이 생각보다 매우 많습니다.
-한마디로 심장병은 예방이 곧 치료입니다. 금연을 하고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체중 등을 잘 조절하는 게가장 좋은 예방법이자 치료법이지요.
후원: 한국화이자제약
▼이원로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심혈관센터 소장
▼조승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심장내과 과장
▼박영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송명근 울산대 의대서울중앙병원 흉부내과 과장
/사회=송영주차장yjsong@hk.co.kr
정리=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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