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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윈-윈 승부수'총재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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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윈-윈 승부수'총재직 사퇴

입력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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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대통령'과 '정권 재창출'.김대중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이 두 목표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믿어왔을 지 모른다.

'국민의 정부'가 성공해야 다음 대선에서 정부의 업적을 바탕으로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관료, 이익집단, 정치세력들로 하여금 현 정부의 개혁정책이 차기에도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믿게함으로써 현 정부의 정책수행에 대해순응하고 협력하게 하여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한 대통령'과 '정권 재창출'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논리가 무너지고 있다.

전국 민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두 지역구 재ㆍ보선에서민주당 후보가 참패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한 묶음이 되어 내년 대선을 치를 경우 민주당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김 대통령에 대한 당과 관료의 충성이 약해지고 국정수행능력은 떨어지게 된 반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의회를 단독으로 장악함으로써 언제든지 김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성공한 대통령을 통한 정권재창출의 논리는 역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내려진 김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성공한 대통령'과 '정권 재창출'의 연결고리를 끊음으로써 자신도 살고 당도 살리기 위한 승부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 대통령은 총재직 사퇴를 통해 당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고 자신은 남은 임기동안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전력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미국식의 대통령과 정당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집권당의 총재가 아닐 뿐 아니라 당직도 맡고 있지 않으나 모든 사람들은 그가 집권당 내에서 최고 지도자라는데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통령은 분명 당인이나 집권당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초당적지지도 얻을 수 있고, 크로스 보팅 (자유투표)도 유도해낼 수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진두지휘하에 차기 정권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겠다는 것을 총재직 사퇴로 보여줌으로써 국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면서, 동시에 민주당 당적을 보유함으로써 민주당과의 당정협의를 통해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김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 과제에서 손을 떼고 이를 민주당에 일임함으로써 오히려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내년 대선은 김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의 후보가 치르는 것이다. 민주당의 후보가 자신의 정책과 비전도 없이 김 대통령의 코트자락을 잡고, 김 대통령의 업적만 가지고 표를 달라고 해서는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다.

더구나 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지금과 같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계속 머물러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김 대통령은 총재직의 사퇴가 민주당으로 하여금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실패와 실책까지 같이 안고 가야하는 부담을 덜고, 제왕적 총재직의 폐지를 포함해서 당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포스트 DJ 시대의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당의 후보가 자기자신의 상품으로 국민들의 표를 호소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단결된 모습으로 DJ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재집권의 희망이 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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