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총재직 사퇴 이후 변하고 있다. 우선 인사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달 군 인사에서 육참총장에 전북 출신의 이남신(李南信) 대장 대신 경남 출신의 김판규(金判圭) 대장을 임명했고 이번 경찰 인사에서도 경찰청장에 충남 출신의 이팔호(李八浩) 서울청장을 발탁하고 1순위로 꼽히던 전남 출신의 이대길(李大吉) 경찰대학장은 서울청장에 임명했다.역대 정권에서 군 검찰 경찰의 장에 대통령의 지역 출신이 주로 임명됐고 현 정권에서도 그 관행이 유지됐으나 이번 인사에서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호남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인사 편중시비가 초래한 국민정서의 거부감을 없애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김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는 점이다. 1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개장식에서김 대통령은 치사 말미에 빨간 모자를 흔들면서 ‘월드컵성공과 우리 대표팀의 승리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치고 ‘파이팅’을세 번 선창했다.
평소 보기 드문 장면이었고 빨간 모자와 구호 선창 은 실무자들의 사전 준비에는 없었으나 김 대통령의지시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김 대통령은 9일 ‘소방의 날’기념식에서 소방관들의 순직 장면과 자식들을 동료들에 부탁하는 싯구가 담긴 영상물을 보면서 눈물을 훔쳐 자리를 함께 한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정치적으로도 김 대통령은 민주당 중진들의 면담 신청과 자문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1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청와대가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며 정치개입 자제를 당부하고 “청와대는 행정부와 함께 국정수행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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