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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테러 화두' 유엔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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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테러 화두' 유엔총회

입력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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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미국 시간) 오전 뉴욕 맨하탄 유엔본부 건물로 가는 길은 험했다.인근 도로는 모두 차단돼 일반인 접근을 금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수반들이 참석하는데다, 빈 라덴의 유엔본부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날 어렵게 구한 입장허가증을 내밀었는데도, 삼중 사중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700여m를 걸어서야 유엔본부 4층 방청석에 입장할 수 있었다.

유엔총회 회의장의 화두는 테러였다. 지구촌 모든 현안을 자유롭게 제기하는 유엔 총회가 아니라 '테러총회'라는 말이 나올만큼 각국 대표들은 한결같이 테러문제에 대한 견해를 개진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9ㆍ11 테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테러집단을 뿌리뽑을 것"이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은 테러방지에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엔리케 카르도조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모든 자유시민과 연대,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12번째로 연설한 이한동(李漢東) 총리도 "대테러 국제협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회원국들마다 온도차가 있었고, 강조점도 달랐다. 특히 이슬람권인 셰이크 하타미 카타르 대통령은 "테러는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하면서도 "범죄 행위로서의 테러와 압제에 대항한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투쟁은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어떤 테러도 정당화될수 없다"며 "그러나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테러 근절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연단에선 21명의 각국 대표들은 반테러 명분에는 동조하면서도 철저히 자국의 이해관계에 입각, 목소리를 냈다.

유엔 총회는 테러문제가 과거 냉전처럼 국제관계에서 적과 동지를 규정짓는 골격으로 작용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뉴욕에서 박진용 정치부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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