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에게 ‘뱃살을 빼세요’라고 권하면 가운으로 가린 제 배를 힐끗 쳐다보는데 정말 부담스럽더군요.”올 2월까지만 해도 허리 36인치의 전형적인 ‘배둘레햄’ 아저씨였던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40)교수.
박 교수가 최근 스스로를 치료(?)해 29인치의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키 169㎝에 최고 74㎏을 기록했던 체중은 현재 58㎏. 다이어트를 시도해보았다면 경험했겠지만, 사실 체중감량을 해도 뱃살만큼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어떻게 뱃살을 줄였을까. 요즘 ‘뱃살 빼기’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로부터 ‘박용우식 건강다이어트’ 의 노하우를 알아본다. ≫
“우리 선생님의 뱃살도 장난이 아니던데요.” .
어느 날 박 교수는 강의 때문에 다른 교수에게 환자 진료를 맡겼는데, 그날 그 교수가 환자에게 살을 뺄 것을 주문하자 환자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충격이었다.
환자로부터 신뢰를 되찾기 위해 뱃살빼기는 그에게 절박했다.
하지만 더중요한 이유는 복부 비만이 심각한 병의 원인이되기 때문이다. 복부, 특히 복강 안쪽 내장에 쌓이는 지방은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발생의 주범이다. 내장 지방량이 많아지면 체내 인슐린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및 지질 대사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뱃살은 나이 들면 당연히 나오는 나잇살이 아니라,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인 것이다.
뱃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절절하게 사무쳐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않다. 그도 그랬다.
하지만 뜻밖의 계기가 미국 뉴욕 컬럼비아의대 비만연구소 연구원(2000년8월~ 2001년 8월)으로 일하던 중 찾아왔다.
올 3월그는 연수 중인 대학실험실에서 12주짜리 유산소운동 임상시험 프로그램의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보게 됐다.
“1주에 4회 이상, 한 번에 최소30분 이상 조깅, 자전거, 스테퍼 밟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솔직히 귀찮아 요구하는 대로 러닝 머신에 올라 딱 30분만 뛰었지요.”
5분은 보통 속도(시속 5~6km)로 시작해 빠르게 걷기와 가벼운 조깅(시속 7~8km)에 20분을 할애한 후 마지막 5분은 다시 보통 속도로 걸었다.
점차 익숙해지면서 조깅에 할애하는 시간을 서서히 늘려나가 나중에는 10~15분을 쉬지 않고 뛰었다.
“뛰어야 뱃살이 빠지더군요. 제 경험으로는 걷기 운동은 빠진 뱃살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되지만 뱃살 빼는데에는 효과가 없었어요. 꿈쩍않던 체중이 3주가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줄기 시작하더군요. 바지춤이 헐거워지니, 술을 끊어 본격적으로 뱃살을 빼보자는 욕구가 생기더군요.”
맥주 마니아였던 그는 이전까지 날마다 큰 병으로 2~3병 혹은 3~4캔을 비웠다.
“사실 술을 끊게 된 솔직한 계기는 연수 중 뉴욕 지하철에서 강도를 맞게 된 뒤부터입니다. 술에 취해 밤 늦게 귀가하다 봉변을 당한 그는 “이렇게 술을 마셔선 안 되겠다”고 깨달았고, 그 날부터 혼자 먹는 술까지 끊었다.
운동과 시너지 효과 덕분인지 거짓말처럼 살이 푹푹 빠지기 시작했다. 요즘 그는 저녁에 대신 와인을 1~2잔 마신다.
“과음은 필연적으로 내장지방을 초래합니다. 한국 남자들에게 갑자기 술을 끊으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뱃살을 빼고싶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술을 끊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건강다이어트는 소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비만 환자는 의지력이 약해서 뚱뚱해진 것이 아니다. 체중이 서서히 늘어나는 이유는 허기 때문이 아니라 식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허기와 식욕의 차이는? 밭에서 무를 뽑아 흙만 털어내고 먹을 수 있다면 허기이고,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나서도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에 손이가는 것은 식욕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우리는 보통 배고프지 않아도 때가되면 습관적으로 식사를 하고,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비우는데 이는 ‘허기’ 신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한 번먹는 양을 평소의 반으로 줄였어요. 음식이 당기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에서 오는 배고픔인지, 식욕 때문인지를 묻고‘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면 때를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
먹는 횟수는 많아져도 전체 섭취칼로리는 오히려 줄었다.
점점먹는 양이 줄면서 적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을 느낄 수있었다. 흰 쌀밥 대신 현미나 콩 잡곡을섞은 밥을 먹어 혈당지수를 낮추도록 했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될 수있기 때문이다.
하루 한 끼는 샐러드로 바꾸었다. 드레싱에 변화를 주니 얼마든지 훌륭한 식사가 됐다.
드레싱은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물성유(올리브유)가 포함된 것으로 선택했다. 최근 개정된 미국 심장학회 식사 지침은 포화지방을 이전 지침보다 더 줄인 대신(전체 칼로리의 7% 이내) 불포화 지방섭취를 늘여 전체지방섭취는 25~35%로 할것을 권고하고 있다.
“무조건 지방을 적게먹으면 상대적으로 당질섭취량이 많아져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내장 지방량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지요.”
단, 지방섭취량이 지나치지 않도록우유는 저지방 우유로 마셨고, 고기는 주로 닭 살코기(가슴살)나생선을 먹었다.
육류 섭취를 의도적으로 줄이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공급을 위해 비타민 B12를 매일 복용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특히 비타민 B복합제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밥의 양을 평소 반으로 줄인 비빔밥이나 회덮밥도 요즘 그가 즐겨 먹는 메뉴. 점심과 저녁 사이 허기를 느끼면 과일을 먹고 있다.
매일 아침 마시던 커피는 100%오렌지 주스한 잔으로 바꾸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몸매가 달라지니 마음가짐도 달라졌어요.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듣기에 나쁘지 않았고, 마음 역시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빠진 몸매를 유지하려니까 자연히 의식적으로 많이 움직이게 되더군요. 매사에 적극적이 되고 의욕적인 사고가 가능해졌어요.”
소파에 앉아 TV나 보며 맥주를 홀짝이던, 아이들로부터 ‘배둘레햄’이라고 놀림 받던 아빠는 이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저녁산책을 나가는 사랑받는 가장으로 변했다.
이제 허리 29인치를 자랑하는 박용우 교수는 운동이 포함되지 않는 뱃살빼기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말한다. 뱃살 빼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은 조깅이었으며, 1주일에 적어도 30분씩 4번이상 해야 한다고 한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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