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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촛불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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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촛불회담

입력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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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녘 장전항을 떠난 금강산 관광선이 공해에 이르러 선수를 남으로 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해안풍경은 현란한 불빛이다.금강산 남쪽자락 쯤으로 어림되는 곳에 휘황한 불빛이 긴 띠를 이루며 산 허리를 감고 넘어간다.

그보다 좀 왼쪽으로 점점이 이어진 불빛들이 거진 대진 화진포 같은 어항인 것으로 보아 산허리를 감고 넘는 그 불빛 행렬은 휴전선 탐조등임에 분명하였다.

거기에 대립해 있어야 할 북쪽 분계선 자리는 먹빛이었다.

■몇 달 후 명성산 등산을 다녀오는 길에 임진강변을 달리다 같은 풍경을 목격했다.

저문 강가 철책에는 휘황한 조명등이 열병을 하듯 긴 행렬을 이루었고, 끝 없는 가로등과 행락차량 불빛이 자유로를 현란하게 물들였다.

적막강산 같은 강 건너 북녘 땅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개성직할시가 있으련만, 어찌 그리 어둡기만 한지 가슴이 아렸다.

전력 사정이 나쁘다더니, 남쪽과 면한 곳에 전시용 외등 하나 켜지 못할 정도인가.

■얼마 전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그런 의문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인공위성이 찍은 동북아시아 야경은 북한만이 깜깜한 밤중인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위성이 장기간 촬영한 수백장의 밤 사진을 컴퓨터 편집한 사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동해안과 대만 해안의 불빛이 지도처럼 정확한 해안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 땅은 평양과 남포 원산 함흥 청진 정도만 희미한 점으로 나타나 한국이 마치 섬처럼 보였다.

■엊그제 신문에서 본 금강산 촛불회담 사진이 일깨워준 잠재 영상들이다.

우리측 홍순영 수석대표와 북측 김성령 단장이 촛불을 밝히고 앉아 환담하는 모습에는 정취가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정전으로 그렇게 됐다는 사진설명을 읽으면 기분은 달라진다.

전력사정이 어떻기에 회담장의 전기가 나갈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열린 장관급 회담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는 모양이다.

다시 냉전시대처럼 남북관계가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이 언제까지 어둠 속에서 그렇게 살 것인지 정말 답답하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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