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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 사전 /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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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 사전 / 환자

입력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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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병을 앓는 사람(동아 새국어 사전)■새 정의: 어떤 일에 깊이 빠진 사람

■용례: “제 남편은 낚시병 환자예요.”

학원 강사 홍모(30)씨는 주말이면 몸살을 앓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터로 달려가려는 조바심 때문이다.

올해 초 낚시에 맛을 들인 그는 “심지어 국물을 먹을 때에도 찌가 올라오는 환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그는 환자다. 그의 아내는 그를 ‘낚시병 환자’라고 부른다.

여기서 ‘환자’는 하나의 일에 완전히 푹 빠져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병에 걸리거나 몸을 다친 사람을 일컫는 환자의 의미가 변한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 애호가 수준을 넘어 중독증세를 보이며 깊이 빠져든 사람, 그들이 환자다.

필기구를 모으는 일에 자신의 모든 관심을 쏟거나 디아블로 같은 네트워크 게임에 빠져 PC방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 역시 환자로 불린다.

‘수집증 환자’ 혹은 ‘디아블로 환자’가 그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학교 다닐 때 밥통보다 필통이 컸다거나, 6개월 이상 PC방에서 먹고 자며 씻지도 않아 냄새가 풀풀난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환자다. 그래도 이들을 몹쓸 병에 걸린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어떤 대상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mania)와 환자 사이에는 어감의 차이가 있다.

원래 마니아는 정신병리적 언어로 ‘조증’을 의미했다. 조급하게 구는 것이 중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보편적인 사회용어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특정 사안에 심각하게 열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됐다.

그러나 환자는 그러한 열중이 조금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나오는 말이다.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오따꾸(お宅). 어떤 사안에 빠져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집에만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마니아가 조금 심해지면 그렇게 변할 수도 있다. 아마도 ‘환자’가 일본으로 건너가면 ‘오따꾸’가 될 것이다.

무언가 한 가지를 좋아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로 그들을 비하 할 수는 없다.

분명히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으로부터 대가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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