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흐름이 나쁠 땐 덩치 큰 사업에 투자한다.’전반적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투자위축 여파로 자금 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은행들이대형 프로젝트 사업에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같은 대규모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이른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그 것.
PF란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에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거액의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이다.
신용이 낮고 현금이 부족한 건설회사(사업추진 주체)는 담보없이 손쉽게 거액의 소요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선비록 상환기간은 길지만 안정적으로 남아도는 돈을 굴릴 수 있게 돼 일석이조다.
특히 정부가 경기 진작책의 일환으로 PF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은행간 시장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8일 조흥, 한빛, 농협,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 5개 금융기관과함께 인천 만월산터널 민자사업자로 선정된 만월터널㈜에 630억원의 신디케이션(만기 15년)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로써올 들어서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등을 합해 총 7건, 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스 주선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1995년국내 처음으로 인천신공항고속도로 건설에 PF기법을 도입, 대출을 해준 이래 연간 최대 규모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에는인천국제공항철도, 강남순환도로, 부산신항만 등에 대한 금융 주선 및 컨설팅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밝혔다.
국민, 신한, 서울 등 시중은행들도 투자금융 부서에 전문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대규모 민자유치 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PF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인천국제공항 호텔건축, 안양시 아파트형공장건설사업에 PF 형태로 자금을 투자한 데 이어 최근 수원민자역사 건설 사업에도 참여했다. 신한은행은 1,200억원 규모의 우면산터널 사업과 군포대야하수처리시설 등의 파이낸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의 시설투자축소로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금융기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며 “대출규모가크고 안정적인데다 일반 기업대출보다 수익성도 높아 자금운용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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