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치던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반면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유가는 2년만에최저수준으로 내렸다.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 원유는 최대 수입품목이다. 최근의 경기침체와 물가불안이 반도체가격 폭락과유가불안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두 품목가격의 방향전환은 확실히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캄캄하던 한국경제에 모처럼 청신호가 엿보이는 셈이다.
■반도체
끝모를 하락을 거듭하던 반도체 가격이 상승탄력을 받았다. 국제현물시장에서 0.93달러까지 떨어졌던 128메가SD램 가격은 7일부터 오름세를 이어가며 9일 1달러선을 회복(1.03달러)했다. 256메가 SD램도 같은 가격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현재의 반도체 가격상승을 ‘기조적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바닥도달론’에대해선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의 D램사업포기, 마이크론의 부분감산, 인피니온과 대만업체중심의 합병바람, 윈도XP 출시 등이 맞물리면서 반도체경기의 추가하락을 막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시장조사기관인 AFI는 “최근의 웨이퍼 출하와 D램 고정거래가격 추이를 감안하면 4ㆍ4분기가 저점이 될것으로 본다”며 “(불황)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식시장에도 반영돼 이날 삼성전자가 20만원에 근접했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상한가를 기록했다.대만 반도체주가도 가격제한폭 근처까지 상승했으며, 미국 마이크론도 투자의견이 상향조정됐다.
삼성증권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완전한 회복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최악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선두인삼성전자는 저점통과가 훨씬 빠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유가
주력 수입유종인 두바유가격은 현재 배럴당 19달러대. 테러보복전쟁과 중동정세 불안도 아랑곳 않고, 1999년 이후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잇다.
석유공사는 1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하루 100만 배럴 정도의 감산결정이 유력함에도 불구하고, 4ㆍ4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9∼21달러에서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평균 국제유가는 23.80달러. 정부가금년도 경제운용계획에서 상정한 25달러보다 10% 가량 낮은 수준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유가가 1달러 하락하면 연간 10억 달러의 무역수지개선효과가 있다”며 “유가가 내년초까지 20달러 수준만 유지해준다면 성장탄력과 물가안정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유 자동차 항공해운 조선 유화 등 ‘유가민감 업종’들은 이번 저유가로 상당한 정도의 수익개선효과가 기대된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유가가 안정세를 지속할 경우 내년 상반기 경상수지는 2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되고 물가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더라도저유가는 국내소비를 증대시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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