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9일 여권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향후 정국운영 전략을 짜는 데 골몰했다. 핵심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느긋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당적 이탈로 ‘반DJ 정서’에 의한 반사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여권이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당풍 쇄신을 이루면서 정국 주도력을 되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여권의 ‘내홍 이후’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이 불가능해 한시라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총재실 주변에서 “전보다 더 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하다. 거야(巨野)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내세워 온 ‘국민 우선 정치’를 구체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이는 내분에 휩싸여있는 여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 더 없이 효과적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청년실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간담회, 수원 삼성전자 방문 등이 그것.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그 동안 미뤄놓았던 숙제를 해야 할 때”라며 “당분간은 첨예한 정국 대치 상황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대선후보로서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비전을 가시화하는 일을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여전히 대여 공세의 고리는 걸어뒀다.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날 “당 3역회의에서 대통령의 당적 이탈 문제가 거론됐다”고 소개하고,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협조할 테지만 이후에도 민주당을 수렴청정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 때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위 보고서도 "DJ의 총재직 이양이 위장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 경우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에 강도 높은 공세를 해야 한다"고주문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