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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법인세율 인하 필요한가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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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9월 법인세율을 현행 2% 포인트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한데 이어 자민련이최근 이에 동조하면서 법인세율 인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기업에 대한 세부담이 과중하고 민간경제 활성화를 통해 경기 부양을 위해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 등은 "경기부양과 세율 인하는 아무 상관이 없고 법인세를 낮출 경우 오히려 다른 부분이 부담을 지게 된다"며 반대하고있다.

▶찬성-임동춘(전경련 금융조세팀장)

세계시장의 글로벌화로 인하여 법인세율은 자국 기업의 대외경쟁력과 투자대상국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많은 선진국은 경기침체로 어려워진 자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외국자본의 유치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법인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일본은 이미 1999년에 법인세율을 34.5%에서 30%로 인하했다.

독일도 2001년부터 30%와 40%로 이원화된 법인세율을 25%로 낮추었고, 싱가포르도 인하할 계획(26%→24.5%)이다.

프랑스는 2003년까지 법인세율을 지금 37%에서 33.3%로, 캐나다는 2005년까지 28%에서 21%로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OECD국가 중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해볼 때도 헝가리,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노르웨이 등 주요 경쟁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명목세율이 낮다.

또한 명목세율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율(실효세율)이다. 외국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실효세율(0.28/0.29·법인세 최고세율/실효세율)은 주요 경쟁국인 아일랜드(0.28/0.20), 대만(0.25/0.12), 중국(0.33/0.24), 홍콩(0.16/0.13),멕시코(0.35/0.22) 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각종 의연금 및 기부금 등으로 강제 부과되는 준조세가 포함되어 있지않다.

이러한 수치들이 국내외 기업들에게 주는 의미는 우리나라가 경쟁 상대국 보다 결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의 과도한 기업규제 및 강성 노조 등의 문제로 인해 우리 국가경쟁력은 하위권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미국 테러사태이후 경기침체가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의 세수감소효과가 크고 경기부양효과가 신속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세율인하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조차 법인세율 인하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할 때 국내 기업들은 대외 경쟁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정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보다 좋은 조세환경을 지원하는 다른 국가로 투자를 돌릴 수 밖에 없다.

한번 떠난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시행시기를 놓치면 정책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지금은 정부가 법인세 인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반대-임주영 (서울시립대 조교수)

법인세율 2% 포인트 인하 주장은 두 가지 관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첫째,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만큼 경기부양을 위해서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줄 세율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들에서 법인세율이 인하되고 있으므로 경쟁적 입장에 있는 우리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외견상 일반은 물론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에게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현 시점에서 법인세율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 즉, 경기부양이나 경쟁력 강화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선 세율인하는 효율적인 경기부양 수단이 될 수 없다. 1990년대 이후 매년 대규모 감세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좋은 사례가 된다.

막대한 규모의 감세를 공약으로 출범한 미국의 부시정권도 경기부양에 얼마나 성공할 지 두고 봐야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엄청난 감세가 이루어진 이들 국가들에서조차 별반 없었던 감세효과가 우리에게만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이는 환상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의 경기침체의 근본원인이 무엇이냐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더 근본원인은 미흡한 구조조정과 취약한 산업구조에 있다.

따라서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부양수단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체질을 약화시켜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하면 OECD 국가의 세율인하 추세를 반영하여 법인세율을 인하하자는 주장은 장기적으로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인적 물적 자원이 무한 이동하는 개방체제에서 우리만 높은 세율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그렇게 높은 수준인 것은 아니며 그것이 경쟁력 저해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는 장기적으로 환경변화를 감안하여 추진할 과제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에게는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과정에서 형성된 방대한 국가채무가 존재한다.이는 앞으로도 각종 사회보장지출로 인하여 더욱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조세수입이 감소하는 요인을 가능하면 막아야 할 것이다.

법인세율인하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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