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다나카를 어찌할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다나카를 어찌할까'

입력
2001.11.09 00:00
0 0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무장관 경질 여부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4월 정권 출범 당시만 해도 고이즈미 총리는 다나카를 일본 사상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으로 기용하면서 커다란 기대를 걸었다.

발군의 대중적 인기도 그랬지만 타협·조정과 거리가 먼 언행으로 보아 공금 유용·횡령 사건으로 드러난 외무성의 묵은 때를 씻어 낼 개혁의 적임자로 여겨졌다.

6개월여가 흐른 지금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외무성 관료와의 기 싸움을 두고 처음엔 박수를 치는 국민도 많았다. 그러나 그가 관료 모두를 공금 도둑으로 몰고, 만사를 관료 책임으로 돌리면서 박수는 잦아 들었다.

말 뒤집기와 실수도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 일방적인 약속 취소, 회담 지각 등의 실례와, 정부 견해와 동떨어진 사견 피력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사실상의 해외 금족령이 내려져 외무장관이 당연히 참석해야 할 회합에도 '총리 특사'가 파견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고이즈미 총리는 경질 카드를 빼 들지 못하고 있다. 그의 대중적 인기로 보아 정권의 최대 기반인 내각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

정권 출범의 1등 공신인 그를 경질하면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인간적인 고뇌도 깊을 만하다.

더욱이 무성한 경질론이 정권의 약점을 잡으려는 '저항 세력'의 노림수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어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본능적 위기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은 물론 정부·여당에도 무성한 경질론을 인간적 배려를 앞세워 막을 수는 없다.

국가 운명을 책임진 지도자라면 사정(私情)을 접을 수 있어야 한다. 설사 음모일지라도 그 빌미를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다.

소용돌이 치는 한국의 현실이 떠오른다.

황영식 도쿄 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