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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생텍쥐베리 '인간의 대지''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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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생텍쥐베리 '인간의 대지''야간비행'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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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에 대학 입시 공부는 제쳐두고 닥치는대로 문학서를 탐독했다.일류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보다는, 국내외 문학서를 읽는 것이 내가 가는 길에 더 중요한 공부가 된다는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한참 독서계를 풍미했던 실존주의소설을 위시해서, 그 무렵(1950년대 말) 번역ㆍ출간되기 시작한 을유문화사, 동아출판사 판 세계문학전집을 어렵게 한두 권씩 구해서 읽었다.

그 전집에 수록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를 만났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대지’와 ‘야간비행’이 나를 뒤흔들었다.

비행기 조종사 출신의 작가로서, 스스로의 체험과 동료들의 체험, 그리고 인간이 죽음과 맞닥뜨려 벌이는 행동과 명상, 지극히 아름다운 시적 상상력이 각인된 문장들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폭풍우와 뇌우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행기는 이미 항로를 이탈해 버렸다. 무전 연락도 끊어졌다.

하늘의 미아가 된 비행기는 오직 깜박거리는 지상의 불빛 한 점을 찾아 비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연료탱크의 가솔린도 이제 곧 동이 날 판이다. 캄캄한 구름 사이로 불빛 하나가 잠깐 스친다! 기수를 그 불빛 쪽으로 돌렸다.

오래지 않아 조종사는 그 불빛이 착륙 비행장의 불빛이 아니라 수평선상에 멀리 떠있는 별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절망한다. 그러나 그 절망은 다시 행동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대지’는 소설이 갖는 허구성을 거의 배제한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다.

모험심과 호기심, 도전 의식이 강했던 시절에 이 소설은 인간 정신에 대한 믿음과 위대함을 일깨워 주었다.

나는 밤마다 공상과 몽상 속으로빠져들었다. 조종사가 되고 싶었고, 하늘의 별로 기수를 돌려 별에게 다가가다가 산화하는, 그런 자살을 그려 보기도 했다.

나의 대학 입시 공부는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 모교의 특기생 전형에 합격하고, 장학금까지 받는 혜택을 누렸다. 고교 시절의 나의 믿음은 옳았다는 생각이었다.

/이성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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