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날인 8일에도 고3 수험생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수능 다음날 가채점과 함께 진로상담으로 북적여야 할 고3 교실은 가채점도 제대로 못한 채 초상집 분위기나 다름없었다.대부분의 교실은 빈자리 투성이었고, 등교한 학생들도 어두운 표정에 울먹이며 교실을 튀쳐 나갔다. 특히 남학생 보다 충격이 더 컸던 여학생들은 교실에서 울음바다를 연출해 교사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사들은 가채점 결과, 점수 하락폭이 중ㆍ하위권 학생들이 더욱 커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 고3 교실은 심리적 ‘공황’ 상태
분당 서현고 김승곤(金勝坤) 교감은 “학력수준이 눈에 띄게 낮은 데다 수능까지 어려워 충격을 받았는지 등교 안 한 학생, 학교에 와서 울부짖는 학생, 말을 잊은 학생 등 난장판이었다”며 “아이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교육제도가 원망스럽기 까지 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배재고 박상섭(朴尙燮ㆍ51) 교사는 “수학 담당인 나도수리 문제 5번부터는 읽기가 싫었는데 하물며 한번도 접한 적이 없는 문제를 대한 아이들의 심정은 오죽했겠느냐”고난이도 조절실패를 성토하기도 했다.
재수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서문여고 3학년 이모(19)양은 “선생님들은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달래지만 절대적인 점수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아이들 모두 낙담이 크다”며 “모두 부둥켜 울다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덕성여고 3학년 한모(18)양은 “다들 실성한 표정이고 선생님들의 위로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가채점 결과를 제출하다가 감정에 복받쳐 뛰쳐나가는 친구도 있었다”도 말했다.
■ 특목고 등 상위권 수험생도 마찬가지
수능 다음날이면 으레 학생들 성적을 자랑처럼 내놓던 외국어고나 지방 명문고 학생들도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학교는 3분의 2가량이 등교를 하지 않을 정도로 상위권 학생들도 충격이 컸고 교사들 역시 비교적 진로지도가 수월했던 예년과 달리 평균성적의 대폭하락으로 진학지도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해 전국 평균점수 2위를 기록했던 일산 백석고 이영철(44) 교사는“상위권 학생들도 시간에 쫓겨 어떤 답을 했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라며 “전체적으로 평균성적이 워낙 떨어져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할 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산고 김치연(金致淵ㆍ54) 교사는 “오전까지가 채점을 마무리하고 논술과 구술고사를 준비해야 하지만 학생들의 낙담이 너무 커 다음주로 연기했다”며 “재수를하겠다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등 입시지도를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복고 김홍선(48) 진학실장은 “최상위권은 없고 상위권과 중상위권이 폭 넓게 퍼져 있어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며 “망친 수능을 심층면접과 논술로 보충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다들 자포자기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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