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된 곳 중의 하나가 부산 사하구 하단동을 숙도이다.5일 오후 5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갈대와 철새들이 장관을 연출하는 을숙도에 “큐”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신화’ 후속으로 21일부터 방송될 SBS 수목 미니시리즈 ‘피아노’ (김규완 극본)제작이 진행 중이다.
포구에서는 김하늘이, 그리고 70여m 떨어진 바닷가 바위에서는 조재현과 고수 한주희가 각각 오종록PD의 무전기 지시에 따라 연기를 한다.
마침 30여 마리의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른다. “기막힌 자연 소품이다”며 촬영 감독은 철새 떼를 카메라에 담는다.
같은 연기를 10여 차례 반복한 탤런트들은 추위가 뼈 속까지 스민다며 촬영 중간 중간에 두터운 옷을 꺼내 입는다.
‘해피 투게더’ 에서 오PD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김하늘과 조재현은 그의 목소리만 듣고도 자신들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를 알 정도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촬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오PD가 연신 담배를 꺼내 문다. 하루에 세 갑 정도 피운다고 한다.
“극의 무대가 바닷가여서 부산에 내려와 촬영을 하는데 제작비가 서울에서 할 때보다 회당 300만 원이 더 든다. 하지만 부산에서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제작된 때문인지 시민들의 촬영 방해는 전혀 없어 매우 좋다”고 말한다.
‘피아노’는 삼류 깡패 출신아버지의 자식들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환타지 기법으로 담은 드라마다.
요즘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조폭이 이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본류는 아니다.
착한 아들을 둔 삼류 깡패 조재현과 두 아이를 가진 미망인 조민수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복 남매(김하늘과 고수)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이 드라마의 두 축을 형성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비밀’ 이후 1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김하늘은 모처럼 강인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았다며 즐겁게 연기했다.
긴 머리의 청순함이 여전한그녀는 “드라마 ‘상도’ 출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강인하고 내면 연기를 요하는‘피아노’의 수아 역이 마음에 들어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기파 배우 조재현은 삼류 깡패의 삶을 특유의 코믹 연기로 드러내 촬영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8시간의 강행군 바닷가 촬영이 끝나고 연기자들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추위에 떨다가 들어온 고수는 소주 한 잔에 취기가 올라 오고, 조재현과 김하늘 등 연기자들은 배가 많이 고팠던지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비운다.
조재현은“연기에 엄청난 칼로리가 소비되기 때문에 배가 든든해야 원하는 연기 색깔이 나온다”고 너스레를 떤다.
식사가 끝나자 밤 10시가 됐다. 연기자들은 밤 촬영을 위해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난다.
오PD는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드라마 방송 내내 집에는 거의 들어가지 못해 나쁜 아빠, 무심한 남편이 된다. 더욱 힘든 것은 애써 만든 드라마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것이다” 며 시청률의 부담감을 드러낸다.
/부산=배국남기자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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