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러브젊은 수녀가 침묵과 규율의 틀을 벗어던졌다. “수녀라고 키스도 못할 줄 알아요?”라면서.
수녀원을 뛰쳐나올 수 있었던 힘은 똑같이 청각장애를 지닌 한 남자와의 ‘은밀한 사랑’이었다.
뒤늦게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안토니오(엠마누엘 라보릿)에게는 그 사랑이 신에 대한 사랑보다 더 값지다.
스위스 영화 ‘시크릿 러브’(SecretLove, 감독 크리스토프 소브)에는 잔잔하면서도 삶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안토니오는 수녀원의 도움으로 교육을 받고, 숙명처럼 수녀가 된다. 취리히의 부랑자숙소에서 봉사를 하던 중 그녀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불법체류자 미카스(라스 오테르스테드)를 만난다.
같은 장애를 지녔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소매치기로라도 세상을 살아야 하는 미카스에 대한 연민일까. 안토니오는 미카스에게 끌린다.
그들의 사랑은 경찰에 쫓기던 미카스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끝나버리고, 안토니오는 사랑의 슬픔을 삶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켜 낸다.
두 배우 모두 실제 청각장애인. 수화로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상황보다는 보통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감정, 욕망을 지닌 한 여인의 홀로서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10일 개봉.
■엔젤 아이즈
상처를 지닌 외로운 남녀가 우연한 만남에서 운명을 느낀다면?
스토리에 크게 신경쓰지않아도 한 편의 멜로드라마를 엮어가기에는 괜찮은 설정이다.
섹시한 이미지가 매력적인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엔젤아이즈’(Angel Eyes)는 그런 영화다.
시카고의 여경찰 새론이 예전에 자신이 체포했던 범죄자 동료로부터 보복공격을 받는다.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 한 남자가 우연히 나타나 구해준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가구 하나 없는 텅 빈 아파트에서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캐치(짐 카비젤).
새론은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직접 경찰에 고발한 과거 때문에 가족들과 단절돼 있다. 캐치는 1년 전 자동차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둘의 인연은 그 사고에서 시작됐다. 사고 조사 담당자가 바로 새론이었다.
둘은 무엇인가 결핍돼 있다. 이들이 현재의 삶에는 공통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거가 있다. 둘은 가족을 잃어버림으로써 받았던 상처를 서로 쓰다듬으며 사랑을 이뤄간다.
감독은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때’ ‘병속에 담긴 편지’ 의 루이스 만도키. 16일 개봉.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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