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제지업계에 모처럼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1998년말 한국제지공업연합회 25개 회원사 중 4개 업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법정관리의 나락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말에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의 악재를 만나 경영난을 겪었던 업계가 펄프값과 중국시장 안정 등에 힘입어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
더욱이 내년에는 대선과 함께 월드컵이라는 대형 호재가 기다리고 있어 제지업계는 장기 호황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2000년 중국에 인쇄용지 약 1만2,000톤을 수출한 한솔제지는 올 상반기에만 4만2,000톤을 수출하는 기염을 토했고 올 3ㆍ4분기에는 매출 2,40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달성,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2,120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솔제지는 이에 따라 상반기 신입사원 12명, 9월 경력직6명을 뽑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새 식구를 선발하고 있다.
워크아웃중인 신호제지는 영업호조에 힘입어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차입금의 미상환액 444억원 중 250억원을 11월말까지 갚을 예정이다. 올해 매출액은 1ㆍ4분기 1,243억원, 2ㆍ4분기 1,412억원, 3ㆍ4분기 1,354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내외의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쇄용지에 비해 상승 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문용지 제조업체 보워터 한라제지 등도 매출액ㆍ영업이익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있다.
제지업계 호황의 최대 원동력은 중국 종이시장의 급변. 숙명의 라이벌인 중국의 APP사가 과도한 투자에 따른 자금난으로 전가의 보도인 덤핑 공세를 철회, 국내업체들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톤 당 700~800달러까지 치솟았다 올 상반기400~450달러까지 떨어진 펄프 가격도 제지업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및 중동 등 신흥 공업지역으로도 진출하는 등 수출 다변화 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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