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7일 발표한 중국의 한인 처형사건에 대한 감사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은 과연 외교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한승수 장관이 직접나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문책 대상에 대해서는 '몸통'은 어디 가고 실무급 몇 사람 정도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외교부가 이런 인식으로 어떻게 비등한 여론을 달래고 국민들에게 재발방지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많은 사람들은 외교부가 지난 2월 한-러 정상회담공동성명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파문' 때처럼 여론이 잠잠해지면 인책을 않거나 실무자 몇 명을 형식적으로 문책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도 적당히 넘기려 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문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선 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책임소재만큼이라도 명백히 가리고 넘어가야 마땅하다. 특히 지휘부의 판단실수로 야기된 '망신 외교' 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추궁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송사리급 실무자들에 대한 인책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또 외교부 자체 감사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가 현지공관의 부적절한 대응을 조사하기 위해 감사관을 중국에 파견한 것이 지난달 29일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일 반박성명을 통해 한국 외교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동안 이틀간 현지공관에서의 조사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감사팀은 1일 오전까지도 현지공관의 서류수납 사실과 분실 등에 대해 본부에 올바른 상황보고를 하지 못했다.
중국외교부가 그날 오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형과 관련한 전달문서 사본을 제시하며 반박했을 때 외교부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악의적으로 본다면 감사팀이 귀중한 이틀간을 진상 규명 노력보다는 오히려 파문을 축소하는 쪽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느냐 하는 의심을 받을 소지도 다분하다.
총영사가 없는 모든 재외공관에 총영사직을 임명키로 하는 등 이날 외교부가 내놓은 영사업무 개선 대책은 나름대로 눈여겨볼 만한 내용들이다.
제도가 갖춰지고 훌륭하다고 해서 영사업무가 개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교부 직원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질 때 이는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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