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DJ는 그야말로 '물 대통령' 이다. 집권당 총재로서, 정부 수반으로서 영 영(令)이 안 선다. 집권당은 허구한 날 내분이고, 정부 기강은 바로 잡힌 것같지가 않다.벌써 공직사회 이곳 저곳에서 복지부동의 냄새가 난다. 제 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사형을 당했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
민주당에서 권노갑 박지원 물러가라는 것 말이죠. 그건 DJ를 겨냥해서 하는 소리예요. 사실은 DJ 격하운동 벌이는 거예요…."
딴은 그렇다. 권노갑 박지원씨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DJ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성의를 다해 도와 온 사람들 아닌가.
그 사람들에게 화살을 겨누는 것은 DJ에게 화살을 겨누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부터 DJ와 좀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인 것이다.
더욱 노골적인 태도는 대선 주자 군(群)에서 감지된다. 한때 청와대 최고회의에 못 가겠노라고 했던 것은, 단순한 불참 의사라기보다는 일부러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쯤은 DJ에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먹히는 시점일 수가있다. 기존의 1인자에 대해 격하운동을 벌여야만 그 다음의 1인자로 뜰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대선주자들이 모를 리 없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은 정치에선 안 통한다. 노통이 전통에 대해, YS가 노통에 대해, DJ가 YS에 대해 격하운동을 벌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은 엄청난 권한을 갖는다.
헌법 72조에서 81조에 이르는 조항은 모두가 대통령 권한에 관한 내용이다. 국민투표 회부권, 국군 통수권, 조약 체결 비준권, 선전포고 및 강화권, 긴급 명령권, 계엄선포권, 공무원 임면권, 심지어 훈장 영전 수여 권한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하다.
대통령은 또한 법률에 정하지 않은 막강한 정치적 권한도 갖고 있다. 집권당 총재로서 당을 통할 할 수 있다.
정국운영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여소야대 정국에선 어렵긴 하지만. 따라서 '물대통령'으로 보인다 해서 현직 대통령 DJ를 허술하게 봐서는 절대 안 된다.
집권당 사람들이나 국민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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