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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난이도 분석 / 상위권조차 "문제 다 못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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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난이도 분석 / 상위권조차 "문제 다 못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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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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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쉬운 수능으로 인한 ‘고득점거품’이 걷혔다.이에 따라 상위권은 수험생 수가 줄어들고 점수 대 별로 학생들이 고루 분포하게 돼 수능 변별력이 확보됐지만, 비슷한 점수 대의수험생들이 많이 몰려 두터워진 중위권 이하에서는 이후 대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점수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상위권 수험생들도 당황

이날 시험장에서는 상위권 수험생들조차 “문제도 다 못 읽었다”며 예상 밖의 높은 난이도에 당황해 했다.

배화여고에서는 수리영역시험이 끝난 후 점심도 거른 채 운동장이나 계단 등에 울고 있는 수험생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고, 교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들까지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도 속출해 서울에서만 수리영역이 끝난 후 700여명의 수험생이 도중에 귀가했으며, 제2외국어를 신청했다 시험도 보지않고 돌아가는 학생도 많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의 모의고사에 익숙한 수험생들의‘눈높이’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어려운 출제가 아니었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복고 3학년 교사는 “고3 재학생들의 학력저하 수준을 감안하면 점수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전 영역 점수 하락

올 수능은 당초 예상보다 더 어려워 전 영역에서 점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언어영역은 14(상위권)~21점(하위권)정도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수리영역도 최근 수능 중 최악의 난이도라는 평가 속에 점수 폭락을 이끌었다.

인문계는 상위권 13~15점, 중위권16~19점, 하위권 8~21점, 자연계는 상위권 9~15점, 중위권 12~20점, 하위권 최대 22점까지 점수가 급락할 전망이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은 인문계ㆍ자연계 모두 2(상위권)~10점(하위권), 외국어영역은 2(상위권)~4점(하위권) 정도 떨어졌다.

전체 점수 하락폭은 상위권30점~40점, 중ㆍ하위권 40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1999학년도 수능 시험 점수대와 비슷해졌다.

■재수생ㆍ특목고 강세 예상

상위권 수험생도 간신히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가 영역별로 1,2문항씩 나온 데다, 새로운 형태나 고차원의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아 상위권 수험생 간에도 점수 차가 벌어지고 동점자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상위권은 수능 점수로어느 정도 합격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됐으며, 이후 입시전략 수립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특목고생과 상위권 재수생은 점수 하락폭이 재학생보다 10점 정도 적을 것으로 전망돼 초강세가 예상된다.

반면 350~370점대의 중상위권에는 수험생이 몰리면서 대량 하향 안전지원 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예고하고있다.

이번 수능부터는 계열별 석차가 주어지지 않아 성적에 따른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점도 혼란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중ㆍ하위권 수험생은 하락폭이 더 커 일선 학교에서 쌓아 놓은 점수대별 지원자료도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경기여고 송정수(宋貞洙)교사는 “중ㆍ하위권에 수험생이 집중해 어느 때보다 입시지도 부담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함정식 문제' 논란

지난해 난이도 조절실패로 뭇매를 맞았던 교육과정평가원이 올 수능시험 문제는 변별력 확보를 지나치게 의식, ‘함정식’ 문제를 출제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입시전문가라는 학원강사들조차 정확한 답을 고르지 못해 쩔쩔매다 예년에 비해 예상 점수를 한 시간 가까이 늦게 내놓기도 했다.

수험생들이 꼽는 올 수능의 최대 특징은 ‘문제보다 선지문항이 더 까다롭다’는 것. 어려운 문제는 물론,평이한 문제까지 선지문항이 오답을 유도하거나 2개를 놓고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불만이다.

모의고사 380점대의 허경훈(18ㆍ상문고3)군은 “척 보면 답이 나오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1교시 언어영역부터 보기 2개가 끝까지 남아 답을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고, 재수생 한세훈(韓世勳ㆍ19ㆍ배문고 졸)군은 “수리영역에서까지 지문을 여러 개 제시한 문제가 너무 많아 알면서도 시간에 쫓겨 못푸는 학생이 많았다”고 답답해했다.

이 같은 ‘비틀기’식 문제는 특히 언어영역에서 두드러졌다. 수험생의 실수를 유발하는, ‘아닌 것을고르시오’식의 부정형 문제가 지난해 20문항에서 35문항으로 늘어나 의도적인 난이도 높이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평가이사는 “문제를 이해했으면 답을 고르는데 무리가 없어야 정상적인 출제라 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라면 정당한 실력평가보다는 ‘찍기 운’이좋은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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