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민주당 지도부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당 내분의 수습책을 내놓지 않고 결론을 8일의 당무회의로 넘겼다.그러나 김 대통령은 결론의 하루 연기가 뭔가 큰 결단을 예고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언급들을 던졌다.
그것은 “내 자신 스스로 기대감을 갖고 최고위원 제도를 도입했으나 솔직히 미흡한 점이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총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는 두 가지 언급이다.
특히 ‘총재로서의 책임’ 대목은 문맥으로만 보면 그 동안 당에서 제기된 쇄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해법이 제시될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런 맥락에서 총재직 사퇴라는 파격적인 카드가 던져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김 대통령이 중립적 위치에 서서 국정을 운영하고 대권 경쟁에는 초연한 입장을 취하는 마지막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결심은 섰다”면서 “당무회의에서 밝히겠다는 것은 미봉책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히 듣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상 보다 큰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정쟁에서 벗어나 국정에 전념, 역사의 평가를 받는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당이 책임은 지지않고 요구만 한다고 대통령이 질책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총재직 사퇴 보다는 최고위원 사퇴를 수리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총재직 사퇴 여부와는 별도로 최고위원 제도의 폐지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들이 난국 극복과 내분 수습 보다는 분열의 재생산에 더 열중한다고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체제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당헌ㆍ당규 개정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전당대회 때까지의 당 지도부는 과도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총재직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제도를 폐지하면서 인적 쇄신에 대해 침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즉각적인 조치 보다는 포괄적인 언급으로 사실상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정치 일정은 당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선에서 매듭짓고, 일부의 경제팀 경질 주장과 관련해서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한국 경제가 좋다”는 대통령의 언급으로 미루어 개편 의사가 없는 듯 하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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