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는 못생긴 생선이다. 적을 만날때에는 배를 볼록하게 부풀리고 가시를 세운다.몸 안에 맹독까지 품은 채 스스로를 지키려는 복어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그 맛만은 일미(一味)다.
맛을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복어는 ‘생선 중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를 뜨면 쫄깃쫄깃함이 껌을 씹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 정도다.
국물요리도 마찬가지다. 미나리를 담뿍 담고 끓이는 한식 복지리는 시원한 국물 맛이 자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복어의 맛을 높이는것은 긴장감이다. 맹독성 기운을 몸 안에 감추고 있는 복어를 먹는 행위에는 죽음에 대한 도전의식과도 같은 장엄함이 있다.
회를 꿀꺽 삼키면 무언가 목에 걸리는 기분이 들고, 국물 속에는 진한 독약이 들어 있어 생명을 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득해진다. 그 감정이 또 희한하게도 미각을 자극한다.
복어는 유난히 철을 많이 타는 생선이다. 11월 늦가을 무렵 제 맛을 내기 시작해 한창 추위가 절정을 이루는 2월이면 복어 역시 최고의 맛을 낸다. 그러다 꽃이 피면 복어에 독이 오르기 시작한다. 복어 알, 눈알, 내장에는 치사율 60%에 이르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있다. 잘 발라낸 살코기만 먹게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독이 있는 복잡한 요리재료인 만큼 복요리의 포인트는 ‘최소한의 손길로 조리한다’는 것이다.
JW메리어트호텔 일식당 미가도 김종경 조리장은 “양념을 최소한으로 넣는 것이 복어 맛을 살리는 비결이다. 지방질이 적어 맛이 담백한 복어 요리 비결은 이 맛을 살리는 데 있다. 복어 국물도 고춧가루를 잔뜩 넣은 매운탕 보다 말간 국물그 자체로 맛이 나는 지리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복어요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나뉜다. 일본에서는 주로 회로 먹는다. 복 자체에 섬유질 성분이 많고, 질기기 때문에 얇게 썰어 씹는 맛을 즐긴다. 최근 국내에서도 복어 회요리가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다른 방식은 국물을 곁들여 조리하는것. 일반 복 전문식당에서는 해장국이나 매운탕으로 주로 이용한다.
맑은 지리 국물에 미나리 등을 넣고 계속 삶은 국물이 숙취 해소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알싸한 향취와 해독작용까지 있어 복어 요리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일본식 복집에서는 뼈를 먼저 넣고 딱딱한 야채를 순서대로 넣은 뒤 복어살코기를 넣어서 일본식 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끓여 조리한다.
복어 지느러미를 구워서 청주에 넣어마시는 ‘히레자게’도 복어와 관련된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노릇노릇 구운 복어가 독한 술의 향취와 섞여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복어는 아직 집에서 해먹기에는 위험한 요리재료다. 숙련된 조리사가 아니면 복어 독성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어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단골 복집을 정해 둔다. 겨울이 찾아오기 전 미리미리 자신만의 복 맛집을 찾아두는 게 이 겨울 또 하나의 별미를 맛보는 길이라고 미식가들은 조언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복집 "이곳이 유명"
복어 요리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그렇듯 오래되고 손님이 많은 곳이 맛있는 집이다. 충무로에 있는 부산복집(02-2266-3266)은 이 두 가지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10년 이상된 한식 복 매운탕을 찾는 손님들로 자리 빌 날이 없다. 말간 국물에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은 것이 한국적이다.
강남 뱅뱅사거리 삼호복집(02-3474-3533)은 배추, 버섯, 콩나물 등이 들어간 국물에 얇은 복어 살을 익혀먹는 복어샤브샤브가 대표 메뉴.
삼선교입구 시장 근처 주택가에 있는 ‘복집’은 간판이 없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에서 먹는 복 요리는 미나리가 어우러진 국물과 쫄깃한 살코기 맛을 자랑한다. 약간 익은 미나리를 양껏 먹는 즐거움이 있다.
복어요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전문 조리사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호텔 일식당을 찾는 것도 안전한 선택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르네상스 서울, 서울프라자, 호텔롯데 등 특급 호텔 일식당에서 복어요리 행사를 진행 중이다.
코스요리 가격은 대부분 18만원대, 일품요리는 2만 원대부터 준비돼 있다. 깔끔한 요리가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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