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외교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따끔한 채찍과 함께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망신을 당할 때마다 으레 외교관의 자질, 외교부의 인사난맥 등이 거론됐지만 체질개선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취약한 외교 인프라를 보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탈냉전 이후 다기화하고 복잡해지는 국제환경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교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기동성있는 외교행정을 주문했다.
또 나눠 먹기식 인사를 전문성 위주로 전환하려는 시도와 공복(公僕)의식을 잃고 있는 외교관의 자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관(尹永寬) 서울대 교수는 “최근 일련의 실패는 외교관의 무사안일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수십년간 냉전 외교, 신흥공업국 외교만을 해 온 우리가 탈냉전 이후 전략적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력과 예산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처방 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행정개혁으로 공직자 수가 감소했지만 외교부문 인력은 4,400명에서 5,200명으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 우리와 비슷한 국가에 비해서도 우리의 외교 인력은 적다. 영사업무 등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서슴없이 보충하고, 외교관의 기본기를 키우는 프로그램과 보직관리제도를 마련, 전략통과 지역전문가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
또 외교관의 기본 자질인 종합판단력 평가를 도외시한 현 외무고시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서진영(徐鎭永) 고려대 교수는 “정부간 외교, 군사중심 외교의 비중이 감소하는 데도 업무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자국민 보호는 물론, 마약ㆍ종교 등 새로운 이슈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외교업무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최근 정부의 모든 부처가 ‘민원부서’로 변해가는 추세 속에서 외교부가 관행에 젖어 변신을 게을리하는 것도 결코 적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로 외교관들은 외교관의 기본기 부족을 메울 방안으로 인사개혁을 집중 거론했다. 김석규(金奭圭) 전 주일대사는 “문서수발과 자국민보호는 외교관의 기본 업무”라며 “외교관들이 큰 일만 하려 들고, 땀 흘리는 일은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사는 “후배들이 보직에만 정신을 쏟는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인사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중국의 한인 사형집행 사건에 대해 외교부 수뇌부들이 신중히 대응하지 못한 점도 자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지(金太智) 전 주일대사는 “현재의 인사제도가 외교관의 전문성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1~2년 정도씩 근무한 뒤 자리를 바꾸는 순환보직제도로는 외교관이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외교관의 무사안일과 기강해이가 외교부만의 사안이 아니라, 전체 공직사회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공직사회에 대한 종합대책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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